미국 정치가 위험한 경계선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 백악관 언론인 초청 만찬장 총격 사건은 단순한 보안 실패를 넘어,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적 증오가 실제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이번 사건은 미국 사회의 분열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사실 정치적 폭력은 미국 역사에서 낯선 일이 아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제임스 A. 가필드, 윌리엄 맥킨리, 존 F. 케네디까지 네 명의 현직 대통령이 암살로 목숨을 잃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정부와 정치인을 겨냥한 공격과 테러 모의는 30여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정치인을 노린 폭력 시도가 한 달에 두 차례꼴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지점은 폭력의 일상화다. 화염병과 총기, 심지어 온라인에서의 암살 선동까지 다양한 형태로 정치적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분석에 따르면 최근 정치 폭력은 이념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으며, 극좌와 극우 모두에서 공격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뿌리는 극단적 양극화에 있다. 상대를 정책 경쟁자가 아닌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순간,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무너진다. 소셜미디어는 이 갈등을 증폭시키는 확성기 역할을 한다. 허위 정보와 음모론이 반복적으로 유통되며 개인을 ‘에코 챔버’ 속에 가두고, 점차 급진화로 몰아간다.
문제는 정치 지도자들 역시 이 악순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공격적이고 배제적인 언어는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사회 전체에는 깊은 상처를 남긴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특정 정치인을 향한 폭력적 위협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럼에도 책임 공방은 계속된다. 정치적 폭력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도 서로를 탓하는 발언이 이어지는 한, 상황은 나아지기 어렵다. 폭력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최후의 금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상대를 악마화하는 언어를 멈추고, 갈등을 제도와 대화로 해결하려는 최소한의 규범을 회복해야 한다. 증오의 정치가 계속되는 한, 폭력의 악순환 역시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