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와 주화에 새기는 한미 우호
2026-04-17 (금) 12:00:00
LA 남쪽 샌피드로의 앤젤스 게이트팍 언덕 위에 자리한 ‘우정의 종’이 올해로 50주년을 맞는다. 1976년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해 한국 정부가 기증한 이 종은 단순한 기념물이 아니라 전쟁과 분단, 이민의 역사를 함께 지나온 한미 관계의 상징이다. 그리고 2026년 미국 독립 250주년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적 분기점에서 이 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인사회 주도로 추진되는 기념우표와 주화 발행 프로젝트는 이러한 상징성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리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우정의 종 재단이 제안한 ‘자유의 메아리(Echoes of Liberty)’ 프로젝트는 필라델피아 자유의 종에 새겨진 “자유가 온누리에 널리 퍼지기를”이라는 문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는 미국의 건국 이념이 한국과 한인 이민사회의 또 다른 역사와 문화 속에서 어떻게 울림을 만들어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유라는 가치는 국경을 넘어 확장되고 다시 평화와 연대의 메시지로 되돌아온다. 이러한 서사는 오늘날의 국제 정세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프로젝트가 정부가 아닌 한인 커뮤니티의 자발적 제안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다. 이민 1세대와 그 후손들이 쌓아온 삶의 궤적, 그리고 두 나라 사이에서 형성된 복합적 정체성이 이러한 움직임의 토대가 됐다. 이는 우정의 종이 더 이상 ‘외교적 상징물’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의 기억’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연방하원의 나네트 바라간 의원이 적극 지지하고 연방 우정국(UPS)에 공식 제안까지 이루어진 점 역시 고무적이다. 기념우표 발행은 통상 수년의 검토 기간을 거치는 까다로운 절차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우정의 종 50주년과 미국 독립 250주년이 겹치는 올해의 역사적 의미를 고려할 때 신속한 승인 요구는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태평양을 굽어보는 언덕 위의 우정의 종은 과거를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미래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이 상징을 어떻게 계승하고 확장할 것인지, 한미 관계의 새로운 서사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프랑스가 자유의 여신상을 통해 미국과의 우정을 기념했듯, 한국의 ‘우정의 종’ 역시 그에 못지않은 역사적 메시지를 품고 있다. 이제 그 울림을 다시 세계에 전할 때다. ‘자유의 메아리’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그것은 과거의 반향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향한 공명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