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이스라엘 손잡은 UAE… 사우디 주도 걸프 동맹 흔든다

2026-05-01 (금) 12:00:00 서울경제=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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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AE,59년만에 OPEC 탈퇴 선언
▶ ‘산유국’ 고수하는 사우디에 불만

▶ 경제 다각화로 원유 생산확대 가능
▶ 이란 공격에도 걸프국 소극적 대응
▶ 아이언돔 배치·군함파견 협조 등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가입한 지 59년 만에 전격 탈퇴를 선언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중동 질서가 본격적인 재편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한편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8일 영국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UAE는 OPEC의 ‘맏형’ 사우디가 생산량을 통제해 유가를 유지하는 전략에 불만을 표출해왔다. 실제로 UAE는 현 310만 배럴인 일일 원유 생산량을 내년 500만 배럴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증설을 완료했지만 이를 완전히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 라이스대 베이커연구소의 크리스티안 코츠 울리크센 중동 담당 연구원은 “사우디는 막대한 예산이 드는 인프라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유가를 높게 유지하려는 반면 경제 다각화에 성공한 UAE는 석유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고 짚었다. UAE의 문제 제기로 2021년 UAE의 몫이 늘기는 했지만 사우디와 UAE 간 충돌이 반복됐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UAE가 OPEC 이탈을 결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UAE 국방부는 전쟁 기간 동안 이란으로부터 총 2000기 이상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았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할리파와 금융지구 등 역시 피격됐다. 또한 지난달 원유 생산량이 전쟁 전인 2월 대비 40% 감소할 정도로 에너지 설비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그럼에도 걸프국들이 이란 대응에 소극적으로 나서자 중동 체제와의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UAE는 이날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아라비아반도 6개국으로 구성) 긴급회의에서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탈퇴 방침을 발표하며 그간의 깊은 골을 드러냈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대통령 고문은 전날 GCC 회의를 앞두고 “이번 전쟁에서 GCC의 입지는 역사상 가장 취약했다”고 주장했다. UAE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OPEC+에서도 발을 뺄 예정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쟁에서) 이란 편을 드는 러시아에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동 체제에서 빠져나온 UAE는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새로운 질서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전쟁을 통해 이 같은 징후가 여러 차례 포착됐다. UAE는 지난달 호르무즈해협 안전 확보를 위한 미국 주도의 노력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함을 파견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에 각국이 외면하는 분위기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전쟁 초기 이스라엘이 자국 방공망인 아이언돔 포대와 운용 병력을 UAE에 배치한 사실이 외신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아이언돔이 이스라엘 본토와 공동 개발국인 미국 외의 국가에 배치된 것은 처음이다.

이란 전쟁 장기화 국면은 UAE의 행보에 힘을 실어준 형국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회의에서 이란의 경제와 석유 수출을 계속 압박하는 방안을 택했다고 전했다. 이란으로부터 끝내 ‘핵 포기’를 받아내기 위해 해상 봉쇄를 강행하겠다는 의미다.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란 내 강경파끼리도 분열하며 미국과의 협상이 더욱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경제=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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