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기 270억 어닝쇼크 전망
▶ 디스플레이 구동칩 한파에
▶ 중국 ‘DDI굴기’에 난관 만나
한국 1위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 LX세미콘(108320)이 단순한 업황 부진을 넘어선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력인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수요가 얼어붙은 가운데 핵심 텃밭이었던 애플과 LG디스플레이 공급망마저 대만과 중국의 거센 추격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30일 잠정 실적 발표를 앞둔 LX세미콘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4360억 원, 270억 원이다. 현실화 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9%, 영업이익은 무려 54.7% 급감한 수치로 ‘어닝쇼크’ 수준의 성적표다.
실적 부진의 표면적 이유는 TV와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 한파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데다 칩플레이션(반도체 가격 상승) 영향에 기기 가격까지 오르면서 소비심리는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디스플레이 공급망 생태계의 지각변동이다. 버팀목이었던 핵심 고객사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현지 업체인 CSOT에 매각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그동안 LX세미콘이 사실상 독점 납품했던 대형 LCD용 DDI 물량 상당수가 뺏길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중국 패널 업체들은 자국 팹리스 부품을 우선 채택하는 내재화 전략을 따르고 있다.
대만 경쟁사의 파상 공세도 매섭다. 대만 노바텍은 공격적인 단가 인하 정책을 앞세워 애플과 중국 BOE 등 LX세미콘의 주요 공급망에 깊숙이 침투했다.
주요 세트와 패널 고객사들이 원가 절감과 공급망 안정을 위해 단일 공급 체제를 깨고 이원화(다변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LX세미콘의 소형 DDI 점유율은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꺾인 데 이어 올해는 45% 수준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업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인수합병(M&A)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다행히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 2025년 말 기준 LX세미콘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1781억 원)과 단기 금융상품(2704억 원)을 합친 가용 현금은 총 4485억 원에 달한다. 부채 비율 역시 24.4%에 불과해 재무 상태가 우량하다. 차입금 등 외부 자금을 동원할 경우 쓸 수 있는 M&A 자금은 최소 1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관건은 투자 방식과 속도다. LX세미콘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최근 양산을 시작한 차량용 방열 기판이나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나아가 차세대 전력반도체 등 비디스플레이 신성장 동력을 집중적으로 물색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LX세미콘이 한계에 직면한 DDI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장,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로 확장을 시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