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기업 구원투수 맞나…채안펀드 실효성 논란

2026-04-27 (월) 12:00:00 권순철 기자
크게 작게

▶ 회사채 수요예측 지속 참여하지만

▶ 실제 매입물량은 수천억 수준 그쳐

채권시장안정펀드가 대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 매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올해 들어 금리 인하가 지연되는 가운데 중동 전쟁까지 장기화하자 대기업들의 조달 스텝이 꼬이지 않도록 꾸준히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채안펀드가 실제 사가는 물량 비중은 미미한 가운데 연기금 수요가 부각되면서 실효성에 관한 의문도 지속되는 모습이다.

지난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채안펀드는 이달 21일 진행된 롯데케미칼 은행보증채 수요예측에 참여해 약 1000억 원을 사간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3000억 원을 모집액으로 제시했던 롯데케미칼은 채안펀드와 기관 수요에 힘입어 7000억 원이 넘는 주문을 확보했다. 최종 금리는 발행 금액 3000억 원 기준으로 은행채 대비 30bp(bp=0.01%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정해졌다.

금융위원회 주도하에 금융권에서 공동으로 조성한 채안펀드는 채권시장이 경색될 때 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기구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등 채권시장 내 불확실성이 증폭될 때마다 마중물 역할을 제공해왔다. 올해에도 금융위는 20조 원 규모의 채안펀드를 가동하면서 증액 방안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채안펀드가 꾸준히 출연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달 수요예측을 개시한 HL만도(AA-)·한온시스템(AA-)·HD현대(AA-)·롯데칠성음료(AA0)·포스코인터내셔널(AA-) 등에도 채안펀드 운용을 맡은 자산운용사들이 다수 입찰한 것으로 나타났다. IB 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 전에도 채안펀드에서 빈번하게 주문이 들어왔다”며 “AA-급 이상의 신용도를 가진 회사채 중에서 채안펀드가 들어오지 않은 상품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올해 채안펀드가 장부에 담은 회사채는 수천억 원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매입 대상이 신용등급 AA-급 이상인 회사채로 한정된 가운데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책정한 기업의 고유 금리) 보다 낮은 가격에 베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 채안펀드는 민평금리 대비 평균 3~5bp 높은 가격을 써냈으나 앞선 대기업 모두가 민평 대비 낮은 금리를 확정한 탓에 물량을 배정받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채안펀드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발행 시장에 이미 충분한 수요가 유입되는 상황에서 채안펀드가 유의미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동 전쟁 이후 기관 수요예측에 나선 AA-급 이상 회사채 17곳 중 SK㈜·보령LNG터미널·신한투자증권·롯데케미칼 등 4곳을 제외하면 모두 대규모 주문을 받으며 민평금리 대비 낮은 금리를 확정했다.

<권순철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