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무르익어가고 만물이 생동하는 새싹 사이로 따스함이 스며들던 어느 날 언니와 함께 식탁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쿠키 부스러기를 입에 넣고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 목이 콱 막혔다. 단순히 사레가 들린 줄 알고 기침을 하려 했다. 하지만 기도가 막혀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3분만 숨을 못 쉬어도 뇌사상태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이대로 내 인생이 끝나는구나 생각이 드는 순간 겁이 덜컥 났다. 손가락으로 119를 써 보이니 여든이 넘은 언니가 허둥지둥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는 헉헉거리며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면서 어떻게든 숨을 쉬려고 안간힘을 썼다. 캑캑거리며 몸부림 치는 순간 실오라기처럼 막혀 있던 목줄기 한쪽이 열리는 것이 아닌가 ‘됐어됐어 언니 뚫렸어' 모기 소리만큼 가늘고 쉰 목소리로 언니를 안심시키고 털썩 주저 앉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너무 놀라 초점 잃은 눈으로 한참 동안 허공을 바라 보았다.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나는 늘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그러면 사람들은 말한다. 그 분은 벌을 주시는 분이 아니라고 한다. 보이지도 않고 만날 수도 없는 그 분은 왜 나에게 숨을 주셨을까? 나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에 잠긴다. 캄캄한 죽음의 문 앞에 이르러서야 깨닫는다. 오직 나와 내가 속한 곳만을 위해 살았다는 것을… 나와 다른 곳에는 인색하리만큼 관심을 두지 않았다.
타고난 본성은 바꿀 수 없으니 생긴대로 산다는 지인의 말이 ‘찰떡'같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 말을 떠올리며 살았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은 내가 가장 하기 싫고 하기 어려운 정리정돈을 하자. 버리고 버려도 자꾸만 생기는 옷과 잡동사니들을 버리고 좀 더 단순해진 삶에 다른 곳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이런 말이 있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도 하기 싫다." 즉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거나 강요하지 말라. ‘역지사지'를 통해 생각한다.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인간관계라고 한다.
반세기를 이곳에서 살았지만 위급한 순간에 떠오른 번호는 911이 아니라 119였다. 역시 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난 변해야 한다. 이곳에서의 감사한 생활에 만족하며 버리고 난 뒤 남는 공간을 욕심을 가지고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채워 가야겠다.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고,채우지 않으면 비울 수 없다."
“그릇도 비어 있어야 음식을 채울 수 있다."
빈 마음이 풍요를 만든다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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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니 포토맥 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