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주 휴전’ 풍전등화 되나
▶ 전쟁 틈타 자국산 원유 수출
▶ 자금 확보해온 이란 압박책
▶ 강대강 대치시 전쟁장기화
▶ 국제경제 타격 심화 가능성

12일 오만과 가까운 호르무즈 해협을 한 선박이 지나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1차 종전협상이 결렬된 뒤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선박을 미 해군력을 동원해 봉쇄하는 절차에 들어갈 것임을 선언하면서 미-이란의 2주간 휴전 합의는 닷새 만에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개전 이후 강도를 달리해가며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맞선 ‘역 봉쇄’를 선언한 것이자, 사실상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고 이란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물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사실상의 대이란 ‘해상봉쇄’에 나설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일단 해상봉쇄 자체가 중대한 군사행동이라는 점에서 가뜩이나 위태로운 휴전이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은 이에 맞서 강경한 경고 메시지를 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매체인 세파뉴스에 따르면 IRGC 해군 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모든 선박 통행은 이란 군 당국의 완전한 통제하에 있다”며 “적들이 단 한 번이라도 오판한다면 해협은 그들을 집어삼킬 죽음의 소용돌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의 호르무즈 봉쇄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카드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군의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실행될 경우 휴전 붕괴와 그에 따른 중동 상황의 추가 악화, 더 나아가 전쟁의 장기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실행키 위해 해협으로 접근할 미 군함 등에 대해 이란이 공격에 나서고, 미국이 재반격에 나설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악화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 리스크도 작지 않을 수 있다. 미군의 해협 봉쇄는 이란의 원유 수출 및 물자 조달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피하고자 하는 국제 유가의 추가 상승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미국 입장에서는 ‘고육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위기’를 ‘더 큰 위기’를 조성함으로써 돌파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승부사 기질과 ‘최대 압박’의 협상 전략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이번 호르무즈 봉쇄 언급은 ‘2주 휴전’과 함께 합의한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나서지 않고 있는 이란에 대한 분노 표출이자, 조속히 해협을 개방하라는 고강도 압박의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협상 결렬 뒤 첫 메시지로 이란을 향해 개방하라고 압박했던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이 직접 봉쇄하겠다고 나선 것은 일차적으로 이란의 주요 자금원을 차단해 압박 수위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CNN 방송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과의 전쟁이 시작된 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선박당 최대 200만 달러의 통행료를 받는 대가로 일부 유조선의 통행을 허용해왔다. 이란은 이와 함께 전쟁 기간 하루 평균 185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는데, 이는 직전 3개월보다 하루 평균 10만 배럴 증가한 규모다.
그간 이란의 핵 합의 파기 등을 이유로 이란산 원유 판매를 차단해온 미국은 이번 전쟁 기간 국제 유가 급등을 우려해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했다. 이란산 원유까지 전면 차단될 경우 글로벌 유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지난달에는 유조선에 실린 채 해상 대기 중이던 이란산 원유를 한 달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시장에 공급된 이란산 원유는 약 1억4,000만 배럴로, 전 세계 수요를 약 1.5일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라고 연방 에너지정보청(EIA)은 추산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은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여 자국산 원유를 판매하며 막대한 수익을 확보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주로 중국에 국한됐던 판매처가 서방 국가들로까지 확대됨으로써 보다 원활하게 전쟁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호르무즈 역봉쇄 방침을 밝힌 것은 종전 협상이 교착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단기적인 유가 상승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의 호르무즈 봉쇄 조치가 현실화하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더 극심해지고 각국 경제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폭이 좁은 해협의 지리적 특성상 미 해군 함정이 드론이나 미사일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