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스릴러 ‘더 드라마’
▶ 로버트 패틴슨·젠데이아 주연
▶ 고백 게임이 불러온 파국

결혼식을 앞둔 찰리(로버트 패틴슨)와 엠마(젠데이아)는 누가 봐도 완벽한 커플이나 장난으로 시작한 고백 게임으로 신뢰가 무너져간다. [A24 제공]
올해 가장 위험한 앙상블이다. 로버트 패틴슨과 젠데이아, A24 그리고 크리스토퍼 보르글리. 이 조합이 완성한 영화 ‘더 드라마’는 우리가 믿어온 ‘관계’의 밑바닥을 가차 없이 긁어낸다.
결혼식을 불과 일주일 앞둔 찰리(로버트 패틴슨)와 엠마(젠데이아)는 누가 봐도 완벽한 커플이다. 30대 성공한 큐레이터와 편집자 커플에게는 세련된 취향, 견고한 신뢰, 그리고 눈부신 미래가 느껴진다.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자랑하며 결혼을 앞둔 행복한 커플에게 한 사건이 발생한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장난처럼 시작된 ‘살면서 한 가장 나쁜 일 말하기’ 게임이다. 엠마가 털어놓은 과거의 충격적인 진실은 순식간에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고 “우리는 서로를 정말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이제 의심을 넘어 광기 어린 집착으로 번져나간다.
이 영화에서 로버트 패틴슨은 신뢰가 무너진 남자의 신경질적이고 취약한 내면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서서히 초점을 잃어가는 그의 눈빛은 영화의 공포 지수를 끌어올리는 핵심 장치다. 이 시대 가장 핫한 여배우 젠데이아는 영리하게 극의 주도권을 쥔다. 그녀는 엠마를 단순한 ‘비밀을 가진 여자’로 박제하지 않는다. 죄책감과 당당함 사이를 오가는 그녀의 모호한 표정은 관객조차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지 망설이게 만든다.
‘드림 시나리오’로 인간의 허영심을 비웃었던 크리스토퍼 보르글리 감독은 이번에도 장기인 ‘심리적 압박’을 십분 발휘한다. 영화 초반의 화사한 파스텔톤 화면은 사건이 진행될수록 거칠고 차가운 질감으로 변모한다. 특히 인물의 숨소리조차 소음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극단적인 사운드 믹싱은 관객을 찰리의 혼란 속에 강제로 동참시킨다. 제작자 아리 에스터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 듯, 일상적인 대화가 호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연출은 가히 압권이다.
오늘(3일) 극장 개봉한 ‘더 드라마’는 단순한 치정극의 굴레를 거부한다. 영화는 소셜미디어(SNS)와 디지털 기록으로 점철된 현대 사회에서 ‘완전한 비밀’이 가능한지, 그리고 그 비밀이 밝혀졌을 때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것이 ‘상대’인지 아니면 ‘자신의 안온한 세계’인지를 묻는다. 제목인 ‘드라마’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연출하는 삶의 가식적 측면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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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