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매일 먹는 약이 어르신 ‘골절 위험’ 높인다

2026-04-02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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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만2천명 5년 추적 관찰

▶ “복용 기간·개수 조절을”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으로 매일 여러 종류의 약을 챙겨 먹는 고령층은 골절 위험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약의 개수뿐 아니라 복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골절 발생률이 크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허연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참여한 공동 연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데이터를 활용해 만 66세 노인 3만2,771명을 최대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복용 약물 수를 0~1개와 2~4개, 5~9개, 10개 이상으로 구분했고, 복용 중인 약물들의 항콜린성 성분을 합산한 ‘한국형 항콜린성 부담척도(KABS)’를 적용해 약물 부담을 측정했다. 복용 기간은 183일 기준으로 단기와 장기로 나눴다.


이렇게 분석한 결과 5~9개 약물을 복용한 그룹은 0~1개 복용 그룹보다 골절 위험이 29% 높았다. 복용하는 약이 많을수록 낙상 위험을 높이는 약물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다약제 복용자에게 흔히 처방되는 루프 이뇨제나 스테로이드 같은 약은 항콜린성 부담을 높이거나 골밀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골절 위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항콜린성 부담은 체내에 축적되는 여러 항콜린성 약물의 누적된 부작용 효과를 말하며, 특히 노인에게 인지 기능 저하와 섬망, 배뇨 곤란 등을 일으킨다.

약물을 6개월 이상 장기 복용한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골절 위험이 43% 높았다. 약의 종류나 개수가 많지 않더라도 장기 복용만으로 골절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고령층에 치명적인 고관절 골절의 경우 약물 개수보다 복용 기간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약 개수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약을 6개월 이상 장기 복용했을 때 고관절 골절 위험은 4.25배 급증했다. 항콜린성 부담이 높은 상태(KABS 3점 이상)에서 6개월 이상 약을 복용한 경우엔 골절 위험이 최대 65%까지 뛰었다.

손 교수는 “기존 연구들이 약물의 개수와 종류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연구는 장기 복용이 골절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의료진은 환자에게 처방되는 약물 개수를 줄이는 것과 함께 복용 기간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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