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영국영어가 미국영어에 대해 우월하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양키 영어라고 비하하기도 한다.
영국영어는 귀족 영어이고 미국영어는 천박하다는 주장에 충격을 받은 적도 있다.
사람들은 미국영어가 전통적 영국영어로부터 이탈한 이단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과연 그럴까?
영국으로부터 신대륙 미국으로 이민이 시작되던 시기는 17세기 초 무렵이었다.
이들 집단은 주로 남동부지역의 영국인들이었고 현 미국의 북동부 지역에 정착했으며 이후 전 대륙으로 진출했다. 이 시기 이후 영국영어는 큰 변화를 겪는다.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하는 남동부지역의 새로운 노동자 계급의 젊은 세대들은 전통적 발음에서 이탈한 새로운 발음으로 이동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언어의 표현이나 발음의 변화는 교육 정도가 낮은 젊은 세대가 주도한다.
초기에는 보수적이고 교육받은 계층은 이 변화에 저항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흡수된다. 이러한 현상은 언어학자들도 이유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
영국영어와 미국영어의 여러 가지 차이 중 하나인 음절 속 [r] 발음을 예로 들어보면 원래 영국영어에서 사용하던 소리였지만 이 시기에 탈락했다.
그러나 소리의 변화 전에 영국을 떠나 미대륙에 정착한 이민자들은 [r] 소리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car라는 단어의 영국 발음은 [r] 발음이 탈락한 [카아] 이지만 미국식 발음은 여전히 [r] 소리 유지하는 [카아알] 이다.
사람들은 미국 발음이 영국 발음에서 이탈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빠다 바른 소리라고 경시하지만 사실은 영국발음이 중세영어에서 이탈한 것이다.
즉 현대 미국영어의 발음은 중세영국 발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고전적이고 전통적이다.
그러면 왜 미국영어 발음은 [r] 소리를 여전히 유지할까? 언어는 이민을 하면 스스로 변화하지 못한다는 언어학 이론이 있다.
구 쏘비에트 지역의 고려인의 한국어도 중국 조선족의 한국어도 자신들이 조선 반도를 떠나던 시기의 조선 후기의 언어이고 카나다 퀘백 지방의 불어도 프랑스를 떠나던 시기의 불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본국에서는 끊임없이 제한 없이 변화한다. 이제 자신들과 차별화되는 언어를 사용한다고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지금은 인터넷과 여행의 자유로 한국과 미국의 한국어도 별 차이가 없어졌지만, 교류가 제한적이었던 80년대 초 미국을 방문했던 한 유명소설가는 왜 미국동포들은 10년 전 한국말을 쓰는지 궁금해했다.
미국영어는 엘리자베스 1세 시대의 특징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세익스피어가 다시 살아난다면 영국인과는 대화가 안 되지만 미국인과는 대화가 가능하다고 영어학자들은 주장한다.
한편 미국보다 뒤늦은 시기에 이민이 시작된 호주, 뉴질랜드는 이미 변화된 발음을 갖고 이주한 집단으로 왜 현대 영국영어와 가까운지 설명이 된다.
미국영어를 양키 영어라든가 천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대로 충격일 수 있겠지만 미국에서 영어를 사용해 가면서 살아가는 우리 동포들이라도 올바른 정보를 갖는 것은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 글을 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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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향민/영어음성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