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캐나다 이어 영국도… 시진핑 손잡는 ‘미국의 혈맹’

2026-01-30 (금) 12:00:00
크게 작게

▶ 영국 총리 8년 만 방중
▶ 냉랭 관계 재설정 시사

▶ 스타머, ‘실용적 행보’
▶ 시, 미 겨냥 “평화협력”
▶ 영국인에 무비자 검토

캐나다 이어 영국도… 시진핑 손잡는 ‘미국의 혈맹’

키어 스타머(왼쪽) 영국 총리가 29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인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가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관계 재설정을 시사했다.

홍콩에 대한 중국의 억압적 통치 등을 계기로 수년 동안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국제 정세 불확실성으로 인해 해빙 무드에 들어서는 모양새다. 영국 총리의 방중은 2018년 테리사 메이 전 총리 이후 8년 만이다.

29일 중국 외교부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과 스타머 총리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80분간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스타머 총리는 “중국은 세계 무대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라며 “협력 기회를 모색할 뿐 아니라 의견 차이가 있는 분야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더욱 정교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중국은 (영국과) 장기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겨냥한 듯한 발언도 나왔다. 시 주석은 “현재 국제 정세가 혼란스럽게 얽혀 있는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세계 주요 경제체인 중국과 영국은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두 나라의 경제 증진을 위해 대화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야욕을 보이고, 평화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유엔을 흔드는 것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은 수년간 이어져온 냉각기를 끝낼 의지도 재확인했다. 시 주석은 “영국과의 관계가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우여곡절을 겪어왔다”며 “교육·의료·금융·서비스업 등에서 호혜 협력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생명과학·신에너지·저탄소 기술 분야에서 공동 연구와 산업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도 짚었다.

영국인의 중국에 대한 무비자 입국 정책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스타머 총리도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이며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영 관계는 2019년 홍콩 반송환법 시위를 계기로 악화했다. 영국은 홍콩의 정치적 자유 탄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중국과 반목했고, 국가 안보를 우려하며 중국 자본의 대(對)영국 투자를 제한하기도 했다.

영국은 런던의 옛 왕립조폐국 부지에 추진되는 초대형 중국 대사관 신축 허가를 수년간 보류해 왔지만, 스타머 총리의 방중을 앞두고 최종 허용했다.

경제 성과를 위해 안보와 인권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관계 개선을 꾀하는 실용적 행보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스타머 총리 방중에는 영국 재무부·산업부 장관과 아스트라제네카, HSBC 등 50명이 넘는 기업인이 동행했다.

중국 도착 전 전용기에서 스타머 총리는 홍콩 민주화 지원 혐의로 국가보안법 유죄 판결을 받은 지미 라이의 사면을 시 주석에게 요구하겠느냐는 질문에 “언제나 제기해야 할 문제들을 제기해 왔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 대한 중국 측 발표문에는 “홍콩의 번영과 안정은 양국 공동의 이익이며 영국은 홍콩이 영국과 중국을 잇는 독특하고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현재의 홍콩을 일부 긍정 평가하는 듯한 스타머 총리의 발언이 담겼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