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당신의 남은 것’(All That’s Left of You) ★★★★½ (5개 만점)
▶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한 많은 역사
▶ 3대를 통해 통렬하고 심오한 가족사
▶ 역사극으로 점령과 상실·희생과 고통
▶ 용기와 끈질긴 생존 본능ㆍ희망 그려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과 집을 빼앗긴 사람들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제목은 이렇게 묻고 있다. 이스라엘의 무력 점령 하에 웨스트뱅크로 쫓겨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한 많은 역사를 한 가족의 3대를 통해 이야기한 통렬하고 심오한 가족사이자 팔레스타인의 역사극으로 점령과 상실, 희생과 고통 그리고 용기와 끈질긴 생존 본능 및 희망에 대한 욕망을 처절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린 소품이자 대하 서사 극이다.
충격적이요 강렬하며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영화로 팔레스타인 계 미국인 여류감독 체린 다비스가 각본을 쓰고 감독했다. 요르단의 2026년도 오스카 국제 극영화 상 후보작으로 쇼트리스트에 올랐다.
영화는 1988년 웨스트뱅크에 사는 10대의 누르(무하마드 아베드 엘라만)가 이스라엘군에 맞서 시위를 하는 중에 총성이 들리면서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누르의 어머니 하난(감독 다비스)이 카메라를 향해 집안 내력을 이야기 한다.
신생국 이스라엘과 아랍 간에 전쟁이 벌어지면서 자파에 살고있는 샤리프(젊을 때는 아담 바크리가 나이 먹었을 때는 아담의 친 아버지 모하마드 바크리가 연기한다) 가족의 집에서도 포격과 총소리가 들린다. 샤리프는 큰 오렌지 밭 정원이 있고 샨들리에가 달린 유복한 집과 터전을 지키려고 아들 살림(어릴 때는 살라 알덴 마이가 성인일 때는 살레 바크리가 연기한다) 등 4남매와 아내를 먼저 피난시키고 자신은 남는다. 그러나 결국 그도 이스라엘군에 의해 체포돼 강제 노역을 하다 고생 끝에 풀려난다. 이로 인해 샤리프의 가슴 속에 평생 깊은 상처와 회한이 남는다.
이어 1978년. 어린 누르를 데리고 외출 했다가 통금을 어긴 학교 선생인 살림에게 이스라엘군이 모욕적인 장난을 시도한다. 살림을 꿇어앉히고 누르의 어머니는 창녀다라는 말을 복창하게 한 뒤에 풀어준다. 이후로 누르는 아버지를 비겁자요 반역자처럼 여기게 된다.
이처럼 이 영화는 단순히 정치적 영토적 문제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이 개인 및 가족의 삶과 관계에 어떻게 깊은 영향을 미쳤는지를 함께 묻고 있다.
이어 1988년. 이스라엘군을 향해 시위를 벌이던 누르가 이스라엘군이 쏜 총탄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다. 동네 병원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해 이스라엘 땅인 하이파의 큰 병원으로 이동하나 누르는 뇌사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살림과 하난은 오랜 상의 끝에 아들의 심장을 텔아비브에 사는 이스라엘 소년에게 이식수술 하는 것을 허락한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공생을 상징한다고 하겠다.
마지막 챕터는 2022년. 누르의 심장을 이식 받은 소년의 집을 찾아갔던 살림과 하난은 자기들의 옛집이 있는 자파를 방문한다, 그리고 둘은 고향 땅에 내라는 황혼을 바라본다. 이 장면이 가슴 속을 파고든다. 조상대대로 살아오던 땅과 집을 빼앗긴 사람들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추억뿐인가. 다비스 감독은 과거는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로 이어지고 또 미래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촬영과 앙상블 연기도 좋은 영화다. Royal 극장(11523 Santa Monica)서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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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