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PD “툭하면 발포”… 경관 총격 사건 올들어 급증

2025-12-23 (화) 12:00:00 한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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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46건 발생 70% 증가
▶ 범죄수는 오히려 줄어

▶ 셰리프국은 11건 대비 “과잉 대응” 의문 제기

올해 LA 경찰국(LAPD) 소속 경찰관들의 총기 발포 사건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총격은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최후의 수단인 만큼, 사용 빈도 증가는 공공안전과 대응 기준 전반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특히 정신건강 위기나 비치명적 상황에서도 총기가 사용됐는지 여부는 경찰의 판단과 책임성에 대한 사회적 점검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22일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올 한해 LAPD 경찰관이 근무중 총기를 발사한 사건은 총 46건으로, 이로 인해 14명이 숨지고 23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70%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며, LAPD의 연간 총격 건수로는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경찰 총격 증가세는 LA시 지역의 전체 범죄발생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경찰관들이 시민과 접촉하는 횟수 또한 과거보다 줄어든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어 더욱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LAPD의 총격 건수는 규모가 비슷한 LA 카운티 셰리프국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이는데, LA 셰리프국의 경우 올해 현재까지 경관 총격은 11건, 이로 인한 사망자는 9명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수치는 짐 맥도넬 LAPD 경찰국장의 주장과 상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앞서 경찰 총격 증가 원인으로 법집행 요원에 대한 폭력이 늘어난 탓에 총격이 늘어났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경찰 총격 증가와 관련해 캐런 베스 LA 시장은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배스 시장은 지난 19일 성명에서 “이러한 우려로 인해 오늘 경찰국장을 만났으며, 경찰국장과 경찰위원회와 협력해 증가 원인을 파악하고 사건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스 시장은 “특히 개인의 정신건강이 이러한 사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정신건강이 너무 심각하게 악화되어 범죄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지난달 열린 경찰위원회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치명적 무력 사용을 줄일 방안을 마련할 것을 LAPD에 요구했으며, LAPD와 셰리프국의 총격 통계를 비교 분석할 것도 요청했다. 그러나 총격 통계 비교와 관련해 LAPD 측은 통계 집계 방식의 차이로 인해 두 기관의 수치를 정확히 비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로버트 루나 LA 카운티 셰리프국장은 LA타임스에 보낸 성명에서 두 기관을 직접 비교하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며 총격 발생률은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다만 루나 국장은 셰리프국이 정신건강 문제 대상자에 대한 대응 훈련과 함께 상황을 진정시키는 ‘디에스컬레이션’ 훈련을 지속해 오고 있으며 이는 셰리프국의 ‘치명적 무력 사용’이 감소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디에스컬레이션 훈련은 경찰이 긴장되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물리력 및 무력 사용을 최소화하고 사태를 완화하도록 훈련하는 방식이다.

한편 LAPD는 이달 초 보도자료를 통해 전체 범죄는 감소했지만, 경찰관을 향한 폭력 수준이 높아진 점이 총격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총기를 소지한 용의자 관련 사건은 지난해 7건에서 올해 12건으로 늘었고, 용의자가 경찰관을 향해 발포한 사례도 같은 기간 7건에서 12건으로 증가했다.

칼이나 검 등 날카로운 무기를 든 용의자와의 대치 역시 6건에서 11건으로 늘었다. 모조 총기를 소지한 사람에 대한 총격 역시 지난해 4건에서 올해 9건으로 증가했는데, 주법상 모조 총기는 치명적 무기로 분류되지 않지만 LAPD는 실제 총기와 시각적으로 구별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대응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한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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