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연구팀 “음식 집착·강박 ‘섭식장애’ 치료 가능성…추가 연구 필요”
당뇨·비만 치료제 티르제파티드(상품명 마운자로·젭바운드)가 식욕과 관련된 뇌 신호에 영향을 미쳐 음식에 대한 갈망을 단기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펜실베이니아대 의대(Penn Medicine) 케이시 할펀 교수팀은 18일 의학 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서 티르제파티드가 음식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환자의 뇌 활동을 억제하고 음식에 대한 갈망을 몇 달간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티르제파티드가 뇌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 연구한 것으로, 섭식장애 치료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다만 이를 위해서는 티르제파티드와 음식 집착, 뇌 사이의 관계를 더 면밀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티르제파티드는 원래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된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및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자극 폴리펩티드(GIP) 수용체 작용제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비만 치료제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연구팀은 티르제파티드 등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체중 감량 촉진 효과가 입증됐지만 조절되지 않는 식습관을 통제하는 뇌 신경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즐거움이나 에너지를 얻기 위해 먹고자 하는 욕구에는 뇌의 여러 영역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관련돼 있으며, 특히 쾌락·동기·보상과 관련된 영역인 측좌핵(accumbens nucleus)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심각한 비만을 가지고 있고 음식 섭취를 조절하기 어려운 증세가 있는 환자 3명의 뇌에 전극을 삽입해 뇌 활동을 분석하고, 전기자극 치료와 티르제파티드가 이 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음식에 대한 강한 집착과 갈망이 발생하는 시기에 측좌핵에서 저주파 신호인 '델타-세타 활동'(delta-theta activity)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2명의 환자에게 전극을 삽입해 전기자극을 주는 뇌심부자극술 치료를 한 결과 측좌핵의 델타-세타 활동과 음식에 대한 집착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측좌핵 델타-세타 활동이 음식 집착·갈망과 직접 연결돼 있음을 뜻한다.
세 번째 환자는 비만 수술 후 당뇨 관리를 위해 티르제파티드를 투여받았다. 그 결과 티르제파티드 최대 용량 투여 기간에 환자의 측좌핵 활동이 감소하고 음식 강박 증세도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5개월 후에는 측좌핵 활동이 증가하고 음식 집착과 강박도 다시 시작됐다.
논문 공동 제1 저자인 최원경 연구원(박사과정)은 "이 연구는 티르제파티드를 복용한 한 명의 데이터만 포함하고 있지만 GLP-1·GIP 억제제가 뇌의 전기 신호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데이터를 제공한다"며 "이런 통찰은 비만과 관련된 섭식장애의 충동 특성에 더 잘 맞으면서 안전하고 장기적인 치료법 개발 연구에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책임자인 켈리 앨리슨 교수는 "GLP-1과 GIP 억제제는 본래 개발 목적인 제2형 당뇨병 혈당 관리와 체중 감소에 효과가 뛰어난 약물"이라며 "이 연구는 음식 강박과 폭식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현재 형태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