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가과학자 100명 뽑는다… AI 등 인재 육성

2025-11-08 (토) 12:00:00 김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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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기 인재확보·R&D 생태계 혁신

▶ ‘맞춤형 지원’ 해외 인재 확보

한국 정부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향후 5년간의 정책 로드맵을 내놨다. 우수 인재 확보와 연구개발(R&D) 생태계 혁신이라는 두 개의 축이 선순환을 일으켜 한국을 ‘연구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로는 해외 인재를 묶어두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를 내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과학기술 인재 확보 전략 및 R&D 생태계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지난 8월 출범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 등 현장 의견을 수렴해 마련됐다.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여긴 건 인재 확보다. 과기정통부는 “핵심 인재 확보는 국가 생존을 위한 전제"라고까지 했다. 인구 감소로 2027년부터 이공계 석·박사 인력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은 위기감을 키웠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부터 5년간 매년 AI·양자·바이오 등 핵심전략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우수 연구자 400명을 한국에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치 전략의 핵심은 ‘맞춤형 지원'을 통해 장기 정착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비자 기간 연장과 4대 과학기술원에 한해 적용됐던 영주·귀화 패스트트랙을 일반 대학으로 확대하는 방안 역시 당근책으로 제시됐다.

한국 연구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선 학생부터 퇴직 이후까지 전 세대에 걸친 지원 대책을 내놨다. 올해 1.3%인 이공계 대학원생 장학금 수혜율을 2030년까지 10%로 대폭 확대하고, 우수 연구자의 경우 은퇴 이후에도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아울러 정부는 우수 연구업적을 보유한 ‘국가 과학자'도 매년 20명씩, 총 100명을 선발한다. 과거 ‘국가석학제도'는 매년 한두 명 선발에 그쳤다. 국가과학자로 선정되면 연간 1억 원의 연구활동지원금을 지원받고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기획에도 참여할 수 있다.

아무리 우수 인력을 유치한다 해도 건강한 연구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으면 다시 떠나는 법이다. 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평가 시스템 전면 개편이다. 목표 달성 정도를 기준으로 평가등급을 기계적으로 분류하던 기존의 형식적 평가 방식을 폐지하고, 과제의 혁신성을 중심으로 한 정성평가 방식을 도입해 ‘의미 있는 실패'를 격려할 수 있도록 체질을 바꾼다는 계획이다.

중앙정부의 일방적 R&D 추진에서 벗어나 지방정부가 스스로 기획·집행·성과를 책임지는 ‘지역 자율 R&D’ 체계도 도입한다. 지난 윤석열 정부 때 벌어진 갑작스러운 예산 삭감으로 과학계 전체가 혼란에 빠졌던 사태에 대한 재발 방치책인 셈이다.

정부는 “예측 가능한 R&D 투자를 위해 매년 정부 총지출 대비 5% 수준으로 관련 예산을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선은 차가운 편이다. 해외로 떠나는 이공계 인재를 붙잡기엔 연봉과 연구 여건 측면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과거 실패한 모델을 끌어 와 숫자를 늘리는 방식으로는 인재 유출을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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