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건희 “두차례 샤넬백 받아” 첫인정…尹직무관련·대가성 부인

2025-11-04 (화) 09: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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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교서 청탁 없었고, 金에 전달 안됐고, 대통령 직무 무관한 단순 호의 언급”…3단계 방어막

▶ 6천만원대 그라프목걸이 수수는 부인… “공직자 배우자로서 부적절처신 국민 실망드려 깊이 반성”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정부와 유착 의혹을 받는 통일교 측으로부터 명품 가방을 받은 사실을 5일(이하 한국시간) 처음으로 시인했다.

다만, 해당 가방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과 그에 따른 대가성은 부인했다. 통일교 측으로부터 6천만원대 명품 목걸이를 받았다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공소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여사의 변호인단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김 여사는 전성배씨로부터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통일교와 공모, 어떤 형태의 청탁·대가 관계가 없었다. 그라프 목걸이 수수 사실도 명백히 부인한다"고 부연했다.


김 여사가 2022년 4∼7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건넨 금품을 받았다고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지난 8월 29일 구속기소 된 김 여사는 그간 특검 조사에서 해당 물품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특검팀은 윤씨가 전씨에게 정부의 통일교 프로젝트와 행사 지원을 청탁하며 그해 4월 800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1개, 7월에는 시가 6천220만원의 그라프 목걸이 1개와 1천200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1개를 건넸다고 본다.

샤넬 가방의 경우 김 여사 측근인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샤넬 매장을 방문해 4월에는 가방 1개와 신발 1개, 7월에는 가방 2개로 교환해간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샤넬 가방을 받은 것과 관련해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전씨의 설득에 끝까지 이를 거절하지 못했다. 잘못을 통감하며 해당 선물들은 사용한 바 없이 이미 과거에 전씨에게 모두 반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신중했어야 함에도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데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앞으로 모든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한 점 거짓 없이 진실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수수 사실을 부인하던 김 여사가 입장을 바꾼 것은 알선수재 혐의의 공범으로 지목된 전씨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씨 측은 지난달 15일 첫 공판에서 윤씨로부터 받은 금품을 유 전 행정관에게 전달했다고 인정했다. 금품을 잃어버렸다는 그간의 일관된 입장을 바꿔 김 여사 측에 전달했다고 시인한 것이다.

아울러 김 여사에게 돌려받았다는 그라프 목걸이, 샤넬 구두 1개, 샤넬 가방 3개를 지난달 21일 특검팀에 제출했다.

김 여사 측은 이번에 수수 사실은 인정했으나 대가성은 여전히 부인했다. 또 윤 전 대통령과 연결되는 고리인 직무 관련성을 부인했다.

김 여사에게 적용된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사람'을 처벌하게 돼 있다.

전씨가 금품 전달을 시인한 상황에서 김 여사가 혐의 적용을 끊어내려면 자신이 받은 금품이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과 연관된 것이 아니고, 청탁을 받고 이에 관한 알선 행위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펴서 방어해야 하는 국면이다.

김 여사 측은 "특검은 금품 수수의 대가로 여러 청탁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러한 청탁은 김건희 여사에 전달되지 않았다"면서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구체적 직무권한과 무관하며 단지 막연한 기대나 호의 수준의 언급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윤씨는 실제 피고인(김건희)이나 대통령에게 구체적 청탁을 한 사실이 없음을 스스로 밝힌 바 있다"며 "이와 같은 사실은 특검이 주장하는 '청탁'이 알선수재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함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했다.

일단 청탁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설령 청탁이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김 여사에게는 전달되지 않았으며, 만약 이 논리가 뚫리더라도 더 나아가 윤 전 대통령까지 뻗어가지 않도록 대통령 직무나 구체적 직권(직무권한)과 무관하며 단순한 의사표시인 호의 언급 정도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는 단계별 전략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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