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멀어지는 우크라 휴전 협상… 가자는 ‘살얼음판’

2025-10-2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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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걱대는 트럼프 평화구상
▶ 푸틴 영토 병합 주장 고집
▶ 트럼프 “시간낭비하기 싫다”

▶ 미·러 정상회담 사실상 무산
▶ 하마스, 인질시신 송환 지연
▶ 이, 또 가자 100차례 공습

멀어지는 우크라 휴전 협상… 가자는 ‘살얼음판’

22일 우크라이나 측이 공개한 영상에서 카르키프 지역의 한 주민이 아기를 품에 안은 채 러시아군의 드론 폭격을 피해 급히 대피하고 있다. [로이터]

우크라이나 휴전 문제를 담판 짓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 간 정상회담이 양국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이스라엘 인질 석방으로 기대를 모았던 가자 휴전 협상 역시 팔레스타인이 인질 시신 송환을 미루고 이스라엘 역시 군사행동을 멈추지 않으면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이 취소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나는 쓸데없는 회담, 시간 낭비를 원하지 않는다.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고만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16일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뒤 “2주 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만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후 실질적인 진척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정상회담에 앞서 구체적인 일정과 의제를 협의할 예정이던 양국 국무장관 회동도 연기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 휴전 논의가 돌연 보류된 것은 러시아가 자국의 휴전 조건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 전선을 동결하는 것을 기본으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 측의 입장을 받아들일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2개 주(도네츠크·루한스크)를 온전히 자국 영토로 병합하고 전후 우크라이나에 친(親)러시아 정권이 들어서야 한다는 주장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러시아가 사실상 협상에 나설 의사가 없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유럽의 한 고위 외교관은 미러 국무장관 회동이 연기된 이유에 대해 “러시아 측이 너무 많은 것을 원하고 있는 만큼 정상회담이 열려도 큰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지 않기로 하면서 러시아 측이 외교를 통한 해결에 무관심해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러시아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휴전 논의가 또다시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주고받으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주에 러시아가 드론 공격을 가해 어린이를 포함한 사상자 10여 명이 발생하고 전기가 끊겨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22일 군 당국에 전략 핵무기와 관련한 대규모 훈련을 지시했다. 우크라이나군도 러시아 남부 접경지인 브랸스크 화학 공장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가했다.

이스라엘 인질 석방으로 급물살을 타는 듯했던 가자 휴전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휴전 1단계 조치로 약속한 이스라엘 포로의 시신 송환을 계속 미루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극단주의자 공격으로 자국군 2명이 사망하자 가자지구를 약 100차례나 공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을 노렸을 정도로 가자 휴전을 최대 외교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어렵게 성사된 휴전이 깨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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