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장난 자막기·에스컬레이터… ‘우발사고 연발’ 트럼프 유엔연설

2025-09-23 (화) 11: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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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설기 담당자 곤경” 농담으로 연설시작…트럼프, 이후 유엔 무능력 비판

▶ 멜라니아 여사 탄 에스컬레이터 작동중단 사고도…유엔 바깥선 反트럼프 시위

고장난 자막기·에스컬레이터… ‘우발사고 연발’ 트럼프 유엔연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9.23[로이터]

6년 만에 유엔총회장 연단 위에 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고장 난 자막기(프롬프터)에 대한 '뼈 있는 농담'으로 시작했다.

박수와 함께 유엔총회장 연단에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앞에 놓인 연설문 폴더를 펼치면서 "프롬프터 연설하게 되는 것도 괜찮습니다. 프롬프터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입을 뗐다.

이어 "이렇게 하면 더 진심에서 우러나는 말을 할 수 있다"면서 "다만 이 프롬프터를 작동시키고 있는 사람은 그게 누구든 큰 곤경에 처했다고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 짓게 했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이 분쟁 해결에 무능력하고 기구 운영이 비효율적이며 나아가 부패했다는 비판을 가하면서 프롬프터에 대한 농담은 가시가 있는 뼈 있는 농담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2기 취임 이후 자신이 7개의 전쟁을 끝냈지만 합의 과정에서 유엔으로부터 전화 한 통도 받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내가 유엔으로부터 받은 것은 올라가는 도중 한가운데서 멈춘 에스컬레이터와 고장 난 프롬프터뿐"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면 유엔의 목적은 무엇인가. 유엔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항상 말해왔다. 적어도 현재는 그 잠재력에 근접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장 도착 장면을 담은 외신 보도 영상들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을 바로 앞서가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는 순간 에스컬레이터가 갑작스럽게 가동을 멈췄다.

다행히 멜라니아 여사와 트럼프 대통령 모두 넘어지진 않았지만, 두 사람은 가동이 중단된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라가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과거 부동산 개발 사업가 시절 유엔본부 리모델링 입찰에 참여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유엔을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는 비효율적이고 부패한 조직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이날 우발적인 '의전 사고'를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유엔에 대한 불신과 불만과 연결 지은 것이다.


유엔총회 일반토의 정상연설은 통상 15분 안팎이 권고사항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멜라니아 여사는 차분한 표정으로 일반 방청석 앞줄에 앉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지켜봤다.

미국 측 대표 자리에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크 왈츠 신임 주유엔 미국대사가 나란히 앉아 연설을 경청했고, 다음 날 연설이 예정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대표단 좌석에 앉아 트럼프 대통령 연설을 들었다.

대표단석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모습도 보였다.

백악관은 유엔총회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할 것이라고 앞서 밝혔다.

이스라엘 대표석엔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가 자리를 지키면서 가자지구 상황과 관련해 "지금 당장 인질을 석방하라"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큰 박수를 보냈다.

중국 측 대표석에는 고위급 대표단이나 푸총 주유엔 중국대사 대신 겅솽 주유엔 차석대사가 자리를 지켰다.

러시아 측 대표석에는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가 연설 장면을 지켜봤고, 동석한 러시아 대표단은 휴대전화로 트럼프 대통령 연설을 촬영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 대표석은 별도로 방송 화면이 비치지 않았다. 유엔 외교가 안팎에선 북한에서 국제기구 담당인 김선경 외무성 부상이 참석해 오는 29일 연설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편 이날 유엔 총회장에서 다소 떨어진 뉴욕 시내에선 반(反)트럼프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수백명의 시위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 연설이 시작하기 전부터 유엔총회장 인근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경찰의 바리케이드에 막혀 유엔본부 인근 거리로는 접근하지 못했고, 시위대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1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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