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커크 피살후 트럼프 정부 ‘좌파 척결’ 속도…신매카시즘 그림자

2025-09-19 (금) 10: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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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자원 총동원해 네트워크 파괴”…좌파 단체 겨냥 공격 퍼부어

▶ 비판의견 조직적으로 억압…1950년대 ‘공산주의자 색출’ 광풍에 비견

커크 피살후 트럼프 정부 ‘좌파 척결’ 속도…신매카시즘 그림자

‘찰리 커크 쇼’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JD 밴스 부통령[로이터]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가 피살당하고서 닷새가 지난 15일, JD 밴스 부통령은 커크가 생전에 했던 팟캐스트 '찰리 커크 쇼' 한 회차를 진행했다.

밴스 부통령은 팟캐스트에서 "폭력을 선동하고 이에 관여하는 비정부기구(NGO) 네트워크를 추적할 것"이라며 좌파 단체들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검찰은 커크를 암살한 혐의를 받는 타일러 로빈슨의 범행 동기를 아직 조사 중이며, 단독 범행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커크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좌파 세력 악마화를 막지 못했으며, 좌파 척결 움직임에 속도가 붙는 계기가 됐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팟캐스트에 밴스 부통령과 함께 출연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한발 더 나아가 좌파 단체를 '방대한 국내 테러 세력'으로 규정하며 보복을 다짐했다.

그는 "우리는 정부가 가진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이 네트워크(좌파 단체)를 식별해 교란하고 해체하고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밴스 부통령은 포드 재단,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의 오픈 소사이어티 재단을 지목하며 이 두 단체가 지나치게 관대한 세제 혜택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타임스(NYT)를 민주당의 대변인이라고 비난하며 신문을 상대로 150억달러(약 20조 9천억원) 규모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17일 미국 ABC방송은 간판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 방송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꾸준히 비판해온 진행자 지미 키멀의 커크 사건 관련 발언이 문제가 됐다.

브렌던 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키멀의 발언을 문제 삼아 ABC의 방송 허가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커크 피살 이전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내 적대 세력으로 간주하는 집단을 위협하기 위해 국가 권력을 동원해왔다. 연초부터 백악관은 주요 대학, 언론사, 로펌 등을 겨냥해 공세를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불만을 드러내 온 익숙한 표적도 많지만, 이러한 움직임을 통틀어서 보면 비판적 목소리를 억누르는 체계적인 시도로 볼 수 있다고 FT는 풀이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1950년대 미국에서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이 주도한 공산주의자 색출 운동 '매카시즘'에 빗대어 설명한다.

최근 커크 피살 사건으로 분노가 고조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수사와 위협은 더욱 선동적인 색채를 띠었고, 이는 잠재적인 반대 세력을 침묵시키려는 새로운 매카시즘이라는 인상을 강화했다.

특히 트럼프 집권 2기 들어서는 비판 세력을 향한 공격이 단순한 선동을 넘어서, 대통령 의제에 반대하는 기반이 될 만한 기관을 체계적으로 겨냥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헌법 전문가인 UC버클리대 로스쿨 학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반대 의견을 위축시키고 있으며, 그 점에서 매카시 시대와의 유사성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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