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증시, 빛바랜 오라클의 ‘미라클’ 실적…혼조 마감

2025-09-10 (수) 03: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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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혼조로 마감했다.

미국 오라클이 괴물 같은 실적을 기록한 데다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깜짝 하락했으나 애플 등을 위주로 투심이 냉각되면서 온기가 차단됐다.

10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20.42포인트(0.48%) 밀린 45,490.92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9.43포인트(0.30%) 오른 6,532.04, 나스닥종합지수는 6.57포인트(0.03%) 상승한 21,886.06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증시를 들어 올린 것은 오라클의 놀라운 실적이었다.

오라클이 수주 잔고(잔여 이행 의무)가 4천550억달러에 이르며 전년 동기 대비 359% 폭증했다고 발표하자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이미 월가는 오라클의 수주 잔고를 2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치는 그것마저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오는 2030 회계연도에 클라우드 인프라 수익이 1천440억달러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2025 회계연도의 103억달러에서 10배 급증한 수치다.

2분기 오라클의 실적 자체는 예상치를 밑돌았으나 증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메가톤급 실적 전망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는 36% 폭등했다. 1992년 이후 하루 최대 상승폭이다. 장중 최대 상승폭은 43.15%였다.

이미 6천800억달러 규모인 오라클의 시총도 단번에 9천222억달러까지 불어났고 래리 엘리슨 오라클 공동 창업자는 하루 만에 순자산 가치를 1천억달러 이상 늘리며 세계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오라클이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AI 인프라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음이 명백하다"며 "클라우드 소프트웨어·하드웨어에서 오픈AI와 xAI, 메타, 엔비디아, AMD와 같은 초대형 AI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8월 PPI가 예상치를 밑돌며 깜짝 하락한 점도 증시에 활기를 더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8월 PPI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월 대비 0.1% 떨어졌다. 시장 전망치 0.3% 상승과 반대 방향이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도 0.1% 하락하며 예상치 0.3% 상승을 크게 밑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PPI는 2.6%, 근원 PPI는 2.8% 각각 올라 모두 전망치를 크게 하회했다.

하지만 온기가 시장 전반으로 퍼지지 못하면서 증시는 활기를 잃어갔다. 기술 업종에선 종목별로 투심이 엇갈린 것이 컸다.

오라클로 AI 인프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엔비디아는 3.83% 뛰었고 브로드컴도 9.77% 급등했다.

AI와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2.38% 급등하며 이같은 기대감을 반겼다. TSMC와 AMD는 3% 안팎으로 올랐고 Arm은 9.47% 급등했다.

반면 애플은 전날 아이폰17을 발표했으나 주가는 3.23% 밀렸다. AI 산업에서 뒤처지는 모습이 거듭 확인되자 투심이 냉각된 것이다.

오라클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면서 경쟁업체인 아마존도 3.32% 밀렸다.

업종별로는 기술과 유틸리티, 에너지가 1% 이상 뛰었다. 임의소비재와 필수소비재는 1% 이상 하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12월까지 기준금리가 75bp 인하될 확률은 65.8%로 반영되고 있다. 전날 마감 무렵의 64.6%보다 소폭 올랐다.

생산자 물가가 하락했으나 일부 생산자가 고율 관세를 흡수하며 마진 하락을 감내한 점이 부각되면서 경계심을 자극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 대비 0.31포인트(2.06%) 뛴 15.35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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