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요 칼럼] 엘 시스테마

2025-08-26 (화) 12:00:00 박영실 시인ㆍ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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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는 특별한 음악교육 프로그램이다. ‘엘 시스테마’는 스페인어로‘시스템’이라는 뜻이다. 이 프로그램은 가난과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더 나은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둔다.

베네수엘라 수도인 카라카스에는 삭막한 빈민가들이 많았다. 1975년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베네수엘라 빈민가 아이들이 마약과 폭력에 노출된 환경에서 총대신 악기를 통해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자 했다.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시스템은 경제학자이자 오르가니스트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자 했다.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협동심과 책임감을 가르쳤다. 열한 명의 빈민가 아이들과 시작한 프로그램을 통해 수십만 청소년들의 삶이 변화했다.

‘엘 시스테마’가 보여준 음악의 기적은 베네수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음악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재즈의 거장 루이 암스트롱을 들 수 있다. 그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열두 살 때 소년원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그의 삶을 바꿀 소년원 밴드 지휘자인 피터 데이비드를 만났다. 데이비드는 암스트롱에게 낡은 트럼펫을 주었다. 이 일을 계기로 암스트롱의 삶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 뉴욕에서도 엘 시스테마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엘 시스테마 USA’는 24개 주 38개 센터에서 주 5일, 하루 다섯 시간씩 방과 후에 운영되는 학교 프로그램이다. 엘 시스테마 USA 창시자 마크 처칠은 14년간 수십 차례에 걸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를 만나서 미국형 모델을 찾았다.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자원과 중요한 핵심 가치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믿는 믿음이었다. 한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의 인성교육,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교육”이라는 교육 목표를 제시했다.

한 사람의 바른 리더가 황폐한 도시와 한 민족을 변화시켰다. 좋은 어른 한 사람의 깨어있는 의식과 헌신을 통해 아이들의 삶이 변화되었다. 교사들의 헌신과 학생들의 열정이 빚어낸 오케스트라 하모니는 청소년들의 삶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음악을 통한 치유와 회복, 화합은 그들 스스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아는 계기가 되었다. 도시와 사회 전반에 큰 의식의 변화를 가져왔고 가난과 마약, 폭력으로 황폐한 빈민가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미래가 보이지 않았던 아이들의 삶에 놀라운 변화와 생동감이 넘치기 시작했고 총소리 대신 악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건강한 한 사람의 지도자가 사회와 민족을 변화시키는 위력을 마주하며 필자에게 잔잔한 울림으로 남았다. 우리는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타인과 이웃, 사회 공동체를 위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면 어떨까. 엘 시스테마가 청소년들의 삶에 가져온 변화와 영향력이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도 흘러가길 소망한다.

<박영실 시인ㆍ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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