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티브 강 ‘인사이드 미국’] 2026 중간선거: 트럼프 지지율 하락이 말해주는 것

2025-12-25 (목) 12:00:00 스티브 강 전 한인민주당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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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미국 중간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워싱턴 정가는 벌써부터 중간선거 준비로 분주하다. 그 중심에는 민주당이 연방 하원 다수당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가능성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로는 단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그에 따른 유권자들의 미묘한 태도 변화가 꼽힌다.

최근 발표된 CNN/SSRS 여론조사는 이러한 흐름을 분명히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7%에 머문 반면, 부정 평가는 63%에 이르렀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이다. 물가 상승과 생활비 부담이 장기화되면서,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선택했던 중도층과 일부 경제 중심 유권자들 사이에서 피로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체감도가 악화될수록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여론은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장면은 미국 정치사에서 낯설지 않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고전하는 것은 하나의 공식처럼 반복돼 왔다. 낮은 인기와 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겹칠 경우, 하원 권력 구도가 뒤집힌 사례는 적지 않다. 현재의 여론 지형 역시 그러한 전례를 연상시킨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여러 조사에서 민주당은 전국 하원 선거를 가정한 ‘제네릭 투표’에서 공화당을 4~5%포인트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선거 판세를 가늠하는 데 있어 결코 가볍지 않은 격차다. 다만 이 수치가 곧바로 2018년이나 2006년과 같은 대규모 ‘블루 웨이브’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

민주당 앞에 놓인 현실도 녹록지 않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전통 지지층 내부에서조차 당에 대한 피로감과 회의론이 감지된다. 진보와 중도 사이의 노선 갈등, 메시지 혼선 역시 선거 전략 차원에서 정리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반면 공화당은 트럼프를 중심으로 한 핵심 지지층의 결집력만큼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다른 부담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시사해 온 군사력 동원의 정치적 파장이다. 국내 정치 갈등이나 외교 현안을 군사적 압박으로 해결하려는 듯한 접근은 일부 핵심 지지층에게는 ‘강한 지도자’ 이미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나, 중도층과 무당파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불안과 피로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해외 분쟁 개입 가능성이나 국내 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군 동원은 민주주의의 원칙과 헌정 질서에 대한 우려를 자극하며,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군사적 수사와 강경 노선은 안보 불안을 완화하기보다는 갈등과 위험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반적인 지지율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결국 승부의 관건은 투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다. 민주당 지지층과 민주 성향 무당파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과 행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의식이 비교적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민주주의 보호’를 주요 투표 동기로 꼽는 비율이 높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정서가 실제 투표 참여로 얼마나 이어지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2026년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 평가이자, 미국 정치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되찾기 위해서는 현재의 여론 우위를 유지하는 데서 나아가, 지역별로 정교한 전략을 세우고 유권자 동원에 성공해야 한다. 그 결과는 미국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스티브 강 전 한인민주당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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