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란전쟁 최대 피해자는 미 국민

2026-03-24 (화) 12:00:00 조환동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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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자동차에 개솔린을 가득 넣었는데 평소보다 20달러는 더 지불했다. 마켓에 간 아내는 야채부터 고기까지 모든 것이 올랐다고 한숨이다. 식당들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항공료에 추가되는 유류할증료가 당장 다음달부터 3배나 급등하면서 올 봄과 여름에 한국을 방문해야 할 경우 훨씬 더 높은 비행기 티켓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개솔린과 디젤유 급등은 물류 비용 부담과 소비제품 전반에 걸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면 공격하면서 시작된 이란 전쟁이 3주가 지났지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이번에도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어김없이 힘없는 미국민과 소비자들이다.


이란 전쟁은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연준은 지난 18일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종료하면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금리동결에 대해 중동사태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고조와 인플레이션 우려를 주요 이유로 지적했다.

실제 월가에서는 이제 금리 인하 보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 연준은 고유가가 굳어질 경우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긴축 정책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연준 기준금리는 크레딧카드와 자동차 대출, 학자금 대출 이자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모기지 이자율에도 간접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통해 이자 부담 완화를 기대했던 소비자들이 또 한 번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등 석학과 경제학자들은 이란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미국 경제가 물가는 뛰고 성장은 더뎌지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높다고 경고한다.

기초 경제 체격이 약한 한국은 지속적인 원·달러 고환율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 원화 가치가 ‘쓰레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경제학자들도 많다. 한국 증시가 올랐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국가의 진정한 국력과 경제적 힘은 환율이 말해준다. 한국 국민들은 지금 자산에서 원화 비중을 줄이고 달러 등 외화 예금과 금, 미국 주식 등 안전자산으로 돌리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 시점에서 이란 공격에 나섰는지 의아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성큼 다가서면서 세계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되고 있으며 이를 지금 제거해야 한다고 정당화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이같은 주장은 많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란에 대한 전쟁에 반대하면서 지난 17일 사임한 조 켄트 전 국가대테러센터(NCTC)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공개 사직 서한에서 “이란은 우리나라(미국)에 즉각적 위협이 되지 않았으며, 우리가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미국 내 강력한 로비에 의한 압박 때문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켄트 소장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 내 많은 정치인과 학자들이 확신했지만 설마 꺼내지 못했던 ‘생각’을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언론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번 이란 전쟁을 통해 미국에서 이스라엘의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한지가 새삼 확인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냉정한 ‘힘의 논리’만 존재한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이번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이란이 최대 앙숙인데 미국까지 도와주면서 이란을 확실하게 짓밟아 놓을 기회를 잡으면서 입 싹 닫고 ‘표정 관리’ 모드다.

그러나 이란은 베네주엘라나 쿠바 등과는 급이 다르다. 이란은 인구 9,200만명으로 세계 17위 인구 대국이고 면적도 인도의 절반 크기로 세계 17위다. 이란은 또 베네주엘라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원유 매장량이 세 번째로 많다.

이란이 절대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장에서 이길 수는 없지만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테러와 비정규전으로 중동과 세계, 그리고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불안 요소가 될 것이다.

2주마다 받는 월급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서민층 미국민들에게 당분간 힘든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민들의 분노로 인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 돌입도 6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조환동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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