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통해 영토 양보 요구 접해…러 향후 공세 교두보 될 것”
▶ “美영토 내 회담 자체가 푸틴 개인적 승리, 제재도 모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로이터]
미국과 정상회담이 예정된 러시아가 휴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전체에서 철수하기를 요구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밝혔다.
AP·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돈바스에서 철수하면 러시아가 다른 공세를 준비할 교두보를 열어줄 것"이라며 영토 양보는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먼저 휴전에 동의하고 난 다음에 영토 문제를 논의해야 하며, 영토 문제 논의에는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이 필수적인 부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5일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토 '교환'이 향후 맺을 수 있는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수차례 시사했다.
영미권 주요 언론은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를 포함한 돈바스 양보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루한스크주 대부분과 도네츠크주의 큰 부분을 점령했고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를 그보다 작은 비율로 장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에서 군대를 철수하는 대가로 다른 지역에서 진격을 멈추는 게 러시아의 요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러 정상회담에 앞서 영토 양보를 요구하는 러시아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 및 스티브 위트코프 미 대통령 특사와 전화 통화, 그리고 고위 안보 당국자들 회의를 통해 전달받았다고 했다. 그는 "푸틴이 우리가 돈바스에서 떠나기를 바라는 것 같다"며 "미국이 우리가 떠나기를 바라는 것으로 들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의 약 30%, 9천㎢ 면적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방어선을 강화하고 전략적 고지를 통제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철수한다면 러시아 추가 공세의 발판이 될 것이라며 "푸틴에게는 자포리자, 드니프로, 하르키우로 열린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이 이미 우크라이나 남부 공격의 발판이 됐다고도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 문제는 안전 보장과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알래스카 정상회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초청받지 못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계속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요구했으나 크렘린궁은 고위급 협상에서 결과가 나와야만 우크라이나와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영토에서 정상회담을 하도록 초청받은 것 자체가 푸틴 대통령에게 "개인적인 승리"이며 "고립에서 벗어나는 일"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으로 "(미국의) 제재를 연기받게 됐다"고도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이달 8일을 휴전 시한으로 제시하면서 제재를 경고했지만, 정상회담을 발표하면서 제재 언급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강경한 요구를 밀어붙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영토 양보를 포함하는 합의를 이루려 할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러 정상회담이 추진된 지난 며칠 새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급속도로 진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전황 분석가들은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 인근 탄광 마을 도브로필리아로 전격적으로 밀고 들어왔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급작스러운 진격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 부대가 몇몇 지점에서 10㎞ 깊게 전진했다"며 "장비도 없이 손에 무기만 들고 있는데, 적발되거나 제거되거나 포로가 됐다. 나머지도 찾아내 섬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