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호준 목사, 성공회워싱턴교회서 광복 80주년 강연

성공회워싱턴교회에서 열린 광복절 행사 참석자들이 ‘통일’을 외치고 있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6.25싸움의 직접 원인은 38선을 그어놓은 데 있다. 우리는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진 새우다. 그러나 다시금 한번 생각해볼 때 아무리 싸움은 다른 놈이 했다 하더라도 우리는 왜 등을 거기 내놓았던가? 우리는 왜 남의 식민지가 됐던가?”
1958년 ‘사상계’에 기고한 함석헌 선생의 글을, 사상계를 발행했던 고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준 목사가 지난 10일 성공회워싱턴교회(주임신부 최상석)에서 열린 광복절 특별강연에서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해방과 분단 80년, 다시 평화를 묻다’라는 제목으로 성공회워싱턴교회와 성요한교회가 공동주최했다.
최상석 신부는 인사말에서 “세상을 바꾸어내는 혁명은 곧 평화의 세상을 향한 숭고하고 거대한 열정”이라며 “한반도의 평화, 통일은 분단 80년이 지났어도 아직 깜깜해 보인다. 오늘 우리의 마음과 발걸음이 80년간 닫혀진 한반도 평화의 문을 조금이라도 열리게 하고 세상을 아름답고 평화롭게 바꾸어가는 작지만 선한 역사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장호준 목사는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50년이 지났다. 마지막까지 통일의 꿈을 잃지 않았던 아버지를 기억하며 오늘 여러분 앞에 섰다”고 인사했다. 그는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면 일제강점기, 해방과 분단, 6.25 전쟁을 겪으며 강대국의 꼭두각시가 되어 나라를 팔아먹고 서로 싸워야 했다”고 지적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의 강은 멈추지 않고 흘러왔다”고 강조했다.
장 목사는 “왕이 도망쳐도 백성이 일어나 나라를 지켰고, 독립을 위해 싸웠고, 독재에 항거했고, 불의한 정권을 심판했다.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 민족의 강은 평화의 바다에서 만나야 한다”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조급해하거나 보채지 말고 강물이 하나 되는 그 날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다른 체제의 남북이 어떻게 통일을 할 수 있겠냐”는 청중의 질문에 그는 아버지(장준하)가 1972년 ‘씨알의 소리’에 발표했던 ‘민족주의자의 길’을 소개하며 “통일 이상의 지상명령은 없다. 이념, 사상, 종교 등 다른 어떤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주 만나고 소통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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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