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계 영화산업의 메카 할리웃… ‘명성 쇠퇴’

2025-07-10 (목) 12:00:00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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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업·세액 공제 부재 등
▶ 영화사들 경쟁지로 이전

▶ 유명 배우들도 ‘엑소더스’
▶ 고급 주택시장도 악영향

세계 영화산업의 메카 할리웃… ‘명성 쇠퇴’

한때 세계 영화산업을 호령했던 할리웃이 잦은 파업과 고비용, 경쟁지 부상 등으로 명성이 쇠퇴하며 관광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일보]

100년 넘게 전 세계 영화 산업의 심장부로 군림했던 LA 할리웃이 낯선 위기의 그림자에 휩싸이고 있다. 매년 발생하는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에다 노동자 파업, 다른 주와 비교해 약한 세제 혜택 등 악재가 겹치며 촬영장소를 다른 주에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LA에 상주할 필요가 없어진 할리웃 배우들도 캘리포니아를 떠나 다른 곳으로 속속 보금자리를 옮기면서 고급 주택시장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9일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현재 미국 영화와 드라마 5편 가운데 1편만 LA에서 촬영되고 있다. 필름LA 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 촬영현장 수는 전년 대비 22.4%나 급감했다.


1920년대부터 영화사와 스튜디오가 들어서며 세계 영화산업의 메카로 여겨졌던 할리웃이 이제는 쇠락한 산업단지를 상징하는 ‘러스트 벨트’로 전락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 업계의 한 임원은 “현재 할리웃의 상황은 공장이 문을 닫는 마을과 같이 암울한 상태”라고 전했다.

전통적인 영화 촬영명소였던 할리웃이 제작사로부터 외면 받는 이유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 여파 ▲대형 산불 ▲잦은 노동자 파업 ▲영화관 감소 ▲경쟁지 대비 고비용 ▲경쟁주에서 제공하는 세제혜택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할리웃 영화 산업의 쇠퇴는 관광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최근 연방 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과 함께 노숙자와 범죄 급증 등으로 할리웃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예전과 같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다른 나라와 주에서 제공하는 세액공제는 할리웃 스튜디오에 치명타를 날리고 있다. 캐나다는 이미 1990년대 영화 제작 세액공제를 도입했으며, 영국과 호주가 세액공제를 적용 중이다. 애틀랜타와 뉴올리언즈, 라스베가스,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등도 영화 제작에 대해 30~35%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며 영화 촬영 프로젝트를 따내고 있다.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이 걸리는 영화 촬영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일등공신 중 하나다.

배우 케빈 코스트너는 유타주 남부에 1억달러 규모의 영화 스튜디오와 사운드스테이지를 건설했고, 재커리 레비도 텍사스주 오스틴 근처에 1억달러 규모의 스튜디오를 짓기 위해 4,000만달러의 자본금을 모금하려고 추진 중이다. 굳이 LA에 상주할 필요가 없어진 대형 스타들은 캘리포니아를 떠나고 있다. 마크 월버그와 매튜 매커너히, 글렌 파월, 레이첼 맥아담스 등의 유명 배우들이 캘리포니아를 떠났다.

할리웃 배우들의 엑소더스는 앤젤리노들의 LA 거주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LA에 거주하는 주택 소유주의 38.1%가 다른 주의 주택을 살펴봤다. 이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갖는 지역으로는 라스베가스, 피닉스, 댈러스, 오리건주 포틀랜드, 애리조나주 레이크 하바수 순이었다.

남가주의 부동산 중개인 TJ 콘베르티노는 “우리는 유명배우들의 이주 패턴이 LA 주택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목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 내 영화 제작이 둔화되고 조지아를 비롯해 텍사스, 라스베가스, 캐나다 등에서 촬영이 늘어나면서 LA에 꼭 주택을 구매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덜해졌다”며 “고급 주택 구매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캘리포니아는 할리웃 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개빈 뉴섬 주지사는 75억달러 규모의 세금 감면 패키지를 추진 중이다.

캘리포니아주의 부동산 중개인 빅터 커리는 “영화와 TV산업의 핵심은 바로 ‘비즈니스’”라며 “만약 캐나다 밴쿠버나 애틀랜타에서 촬영할 경우 수백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면 할리웃 제작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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