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료실 밖 건강상식] 뇌는 가짜 웃음 구별 못해… 억지로 웃어도 건강에 도움 된다

2025-07-08 (화) 12:00:00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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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사람만 웃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사자는 수컷이 암컷을 유혹할 때 웃고, 침팬지는 서로 살갗을 문지르거나 접촉할 때 만족감을 느끼면 웃는다고 합니다. 개는 서로 꽁무니를 쫓으며 놀 때 숨을 헉헉거리면서 웃고, 쥐는 간지럼과 같은 특정한 촉감을 느낄 때 웃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집단과 무리 지어 웃는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 다릅니다. 사람의 웃음은 다른 동물들의 웃음보다 더 사회적이라는 것입니다. 웃음은 신체건강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일본에서 40세 이상의 성인들을 평균 5.4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가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웃지 않는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웃는 사람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위험도가 95%,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위험은 62% 높았습니다.

일본에서 65세 이상의 성인을 설문조사한 결과, 매일 웃는 여성에 비해 전혀 혹은 거의 웃지 않는 여성의 경우 건강상태 위험도가 78% 높았습니다.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남성의 경우에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이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에서도 웃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했습니다. 3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거의 웃지 않는 사람의 기능장애 발생률이 42% 더 높았습니다. 기능장애는 신체와 정신, 감각 등 기능에 문제가 생겨 정상적인 활동이나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합니다. 6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에선 혼자 웃는 것보다 남들과 함께 웃을 경우 기능장애 위험도가 23% 낮았습니다. 남들과 함께 웃는 경우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능장애 위험도가 더 낮았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친구들과 함께 웃으면 혼자 웃는 것보다 기능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30% 낮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웃음은 긍정적인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개인의 웰빙감을 높여 스트레스를 줄이고 대처할 수 있게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신경질을 내기보단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개인의 사회적·신체적 자원을 활성화해 건강을 양호하게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부터 웃음은 통증을 완화시키는 대체요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웃음이 많은 사람들은 흡연, 음주 등 건강에 좋지 않은 생활습관을 하는 경우가 적고 신체활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웃으면 웃을수록 식후 혈당증가도 낮아지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하루에 약 10~15분 정도 웃으면 소비되는 에너지가 2~10㎉ 안팎이고, 박장대소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합니다.

정리하면 웃음은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신체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억지로 웃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인간의 뇌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말로 재미있어 웃는 것과 상관없이 웃는 표정만 지어도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분비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현상을 고려한다면 일상 속에서 소소한 재미와 웃음을 찾아보고, 억지로라도 웃으시기 바랍니다. 상대를 정해 날마다 정해진 시간에 잊지 않고 대화하며 웃는 것도 좋습니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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