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李대통령 재판연기 ‘검찰 항고’ 야권 주장에…법조계 “어려워”

2025-06-11 (수) 10: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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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일 지정은 재판장 처분…형소법상 항고 대상 아냐”… “불복시 선례” 견해도

李대통령 재판연기 ‘검찰 항고’ 야권 주장에…법조계 “어려워”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연기한 법원 결정을 두고 검찰이 항고를 통해 대법원 해석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야권 등 일각에서 제기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재판장의 기일 지정에 대해서는 항고를 비롯한 불복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11일(한국시간)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와 대장동 사건 재판부는 지난 9, 10일 잇달아 공판 기일을 추후지정(추정)했다.


기일 추정이란 기일을 변경, 연기 또는 속행하면서 다음 기일을 지정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추정 상태가 되면 재판이 열리지 않는다.

이들 재판부는 기일 추정의 근거로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84조를 제시했다. 즉, '소추'의 개념에 이미 기소돼 진행 중인 형사재판이 포함된다고 해석한 셈이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잇따라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검찰 항고로 헌법 84조의 해석과 관련해 대법원의 법 해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판사가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사법의 일관성과 권위는 송두리째 흔들린다"며 검찰은 항고해 헌법 84조 해석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을 받으라고 말했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도 "검찰은 즉각적으로 결정에 항고하고 모든 합법적 수단을 강구하여 법원의 정상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이날도 서울고법 앞에서 현장 의원총회를 열고 법원의 재판 재개를 촉구했다.

다만 여러 법조인은 현행법상 재판장의 기일 지정과 관련해 항고로 불복하는 것이 허용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형사소송법상 항고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만 가능한데, 기일 지정은 재판장의 소송지휘권 행사로 일반적으로 결정으로 해석하지는 않는다는 이유였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펴내는 재판 실무지침서인 법원실무제요 형사편에는 기일 추정에 대한 항고 여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지만, 항고의 대상은 '법원의 결정'이고 공판기일 지정과 관련한 부분은 법원이 아닌 재판장의 권한이며 법적 성격은 '명령'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일선 법원의 한 판사는 "기일 추정은 재판장의 개별적 처분이지 법원의 결정이 아니다"라며 "기일 추정 자체에 대해 항고한다는 건 규정에도 맞지 않고 매우 어색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형사소송법상 이의신청을 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형사소송법 304조는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재판장의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의신청이 있는 때에 법원은 결정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검찰이 기일 추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한 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결정'을 하게 되면 이에 대해 항고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법원의 관할 또는 판결 전의 소송절차에 관한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경우 외에는 항고하지 못한다는 형소법 규정에 따라 항고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률상 즉시항고가 가능한 경우는 기피신청 기각, 구속취소 결정 등으로 제한되기에, 기일 추정에 대한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결정에 대해서는 역시 항고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재판 실무에서도 기일 지정과 관련해서는 의견 제출 정도는 있지만 공식적인 이의신청 등 불복 절차를 밟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기일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선 재판부가 정하면 불복이 어렵다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며 "기일 지정과 관련해 공식적인 이의신청이 들어온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한 판사는 "통상 기일 지정 신청서 정도를 내지 전면적으로 불복하는 사례는 별로 없다"면서도 "그런 만큼 검찰에서 어떤 논리를 구성해서 불복하게 된다면 선례적 판단이 나올 수는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기일 추정이 항고 대상인지 여부를 포함해 불복 절차 진행의 가능성과 실익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기일 지정은 재판장의 권한이라 통상적으로 기일을 언제 잡아달라는 의견을 낼 수는 있겠지만 그에 관해 항고나 이의신청으로 다투는 건 잘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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