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집회 다수는 군대투입에 화난 시민…소수 시위꾼이 폭력”

2025-06-10 (화) 07:52:41
크게 작게

▶ CNN ‘두 부류’ 관측…당국 “일부, 돈받고 무질서 조장”

▶ 트럼프 “외적이 침공” vs 이민자 단체 “폭력 아닌 저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수일째 이어지고 있는 불법이민 단속 반대 시위 참가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과 강경한 시위 진압에 분개한 시민과 애초에 폭력을 작정한 이른바 '전문 시위꾼'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CNN 방송이 10일 보도했다.

사법 당국의 한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시위대의 과격 행동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8일 저녁 LA 시내에 모인 군중들을 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 이 중 다수는 최근 이뤄진 트럼프 행정부의 강도 높은 불법이민 단속과 시위 현장에 주방위군을 투입하기로 한 결정에 분개한 시민들이었다.

다만 시위대 중에는 사법 당국이 신원을 확보하고 있는 이른바 '전문 시위꾼'의 인상착의와 일치하는 이들도 일부 섞여 있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이러한 전문 시위꾼들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시위에 참여하며 사법 기관과 시민들의 과격한 충돌을 유도한다.

앞서 연방수사국(FBI) 고위 관료를 지낸 스티브 무어는 CNN 인터뷰에서 이번 LA 시위에서 "안티파(반파시즘과 반인종주의를 표방하는 좌익 운동) 같은 단체들과 무정부주의자들이 이 상황을 혼란을 키울 기회로 보고 있다"면서 이번 시위에 전문 시위꾼이 일부 포함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무어는 시위대 일부는 추적하기 어려운 일종의 조직으로부터 돈을 받고 시위 현장에서 폭력을 조장한다고 설명했다.

CNN은 이러한 당국의 분석과 시위 현장에서 목격한 내용들에 기반해 봤을 때 이번 LA 시위는 이민자 인권 보호에 앞장 선 진보 성향의 시민들과, 도시를 폭력 속으로 끌고 가려고 작정한 시위꾼 등 두 개의 별개의 부류로 나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에 참여한 지역 사회복지사인 에스트레야술 코랄은 CNN에 주말 동안 열린 시위는 군대가 투입되기 전까지는 평화롭게 진행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코랄은 당초 최근 LA 라틴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뤄진 이민관세단속국(ICE)의 기습 단속에서 체포된 이들에 대한 공정한 처분을 요구하기 위해 시위에 참여해왔다고 했다.

그는 시위가 몇시간째 평화롭게 이어지고 있던 지난 8일 주방위군이 현장에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코랄은 군대가 "우리에게 최루탄을 던졌는데, 우리는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었다"면서 "그러자 사람들은 진짜로 흥분하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것이 사태가 고조되기 시작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NN은 8일 저녁부터 시위가 격화하면서 일부 시위대가 차량을 불태우고 경찰에 돌을 던지는 등 폭력 사태로 번졌다고 전했다.

LA 경찰은 8일 하루 동안 최소 2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에 대한 당국과 진보 단체의 평가도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멕시코계 미국인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인 '유니온 델 바리오'는 성명에서 "최근 며칠간 벌어진 일은 기물파괴나 범죄 행위가 아닌, 우리의 가족들을 납치해가는 정부에 대한 저항 행위"라면서 시위대는 "우리 가족과 국민들에 대한 정의감과 깊은 사랑에서 그러한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반면 한 지역 당국자는 시위가 격화한 지난 8일은 LA에서 "가장 불안한 밤 중 하나였다"고 우려했다.

이번 시위에 주방위군 투입을 결정한 트럼프 대통령도 10일 LA 시위대를 방탄복과 얼굴 보호장비를 착용한 '전문 시위꾼'으로 묘사하면서 이번 시위를 '외적에 의한 침공'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짐 맥도널 LA 경찰국장은 일부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규탄하면서도 평화로운 시위대와 폭력을 저지른 이들 간에 엄격한 구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맥도널 국장은 "지금 저기서 폭력을 저지르고 있는 이들을 봤을 때, 이들은 낮 동안에 이민 단속 문제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수정헌법 1조의 권리를 적법하게 행사하고 있던 이들과는 다른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