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의 하버드 때리기: 왜?

2025-05-29 (목) 07:58:23 박옥춘 전 미 교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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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의 하버드 때리기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학생들의 반이스라엘 데모로 시작된 보수 정치인들의 공격으로 작년 1월 하바드 최초 흑인 총장이 취임 6개월 만에 물러났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하바드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보다 폭넓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가해지고 있다. 보수 정치인들의 하바드에 대한 비호의적인 시각은 어제 오늘 시작된게 아니다. 보수 대통령의 상징인 레이건도 직접적으로 하바드를 공격하진 않았지만 하바드 설립 350주년 기념행사와 1981년 졸업식 스피치 초청을 거절했다. 보수계 정치인들에게 하바드는 자유·진보 이념의 온상으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하바드 대학신문 크림슨(The Harvard Crimson)이 2023년 실시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하바드 교수의 77%가 이념적으로 자유·진보성향이고 보수성향의 교수는 3%도 안된다. 2022년도 설문조사에서는 80%가 진보성향이고 보수성향의 교수는 1%에 불과했다. 또 크림슨의 보도에 의하면 하바드 교수들과 이사들이 2024년 미국 대선에서 기부한 정치자금의 94%가 민주당 후보들에게 제공되었는데, 그 중 대부분이 해리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원을 위한 것이었다. 왜 보수계가 하바드를 정치적 이념 교육기관이라고 공격하는지, 그리고 왜 정부가 지난 4월 하바드에 보낸 공문에서 이념적으로 균형있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수의 채용 승진 등 인사정책과 교과과목의 채택 절차를 제도화 할 것을 요구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정부는 하바드에 보낸 공문에서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프로그램의 폐지를 명령했다. DEI는 인종, 종교, 성 정체성 등에서 소수계에 해당하는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교육 고용 등에 참여하고, 동등한 성취를 이룩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특정 소수계에 일정한 한계의 특혜 제공을 의무화 하는 소수계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소수계 우대의 정책이 자율적으로 폭넓게, 그리고 영구히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계획된 것이다. 정부부처와 정부 지원을 받는 모든 기관 및 단체들에게 DEI 오피스 설립을 명령한 바이든이 대통령 재직 중 지명하여 인준된 연방판사의 약 60%가 소수계 인종이다. 이는 2023년 기준 전체 미국 변호사 중 소수계 인종이 21%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균형에서 크게 벗어난 비율이다. 인종적 역 차별을 비롯한 모든 차별을 없앨 것을 주장하는 트럼프 정부가 왜 DEI 철폐를 명령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또 정부는 하바드에게 인종, 피부 색, 출신지 등을 고려하지 않는, 자격 기준(Merit-Based)에 의한 입학 정책을 수립 실천하고 그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자료 제출를 요구했다. 대법원이 2023년 하바드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인종적 배려 입학정책이 위헌이라고 내린 판결을 하바드가 신입생 입학 심사 과정에서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백인과 아시안계 지원자들이 대법원 판결 전처럼 역 차별을 받고 있지 않는지 확인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하바드에 보낸 공문에서 정부는 하바드에게 미국의 가치와 제도에 비판적이고 폭력단체나 반유대 세력에 동조하는 외국 학생들의 입학을 금지하고, 그런 행위에 가담하거나 동조하는 유학생들을 정부에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대학생들의 친 팔레스타인/반 이스라엘 데모를 계기로 외국 유학생들에 대한 정부의 감시와 규제가 근래 급격히 강화되었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선호하는 사람들 중에는 유학생 수의 증가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바드의 신입생 정원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년 1,650명 정도 그대로다.

그러나 그동안 유학생 수의 비율은 9%에서 18%로 두배가 증가했다. 유학생들로 부터 받아들이는 학비가 두배로 증가한 것은 하바드에게 재정적인 도움이 되겠지만, 그만큼 하바드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미국 학생들의 수가 줄어든 것이다. 현재 하바드에는 1,380명의 중국 학생들을 포함하여 약 7,000명의 외국 학생들이 등록을 하고 있다. 이들이 하바드의 연구실에서 연구방법과 기술을 익히고 귀국하면서 미국의 첨단 과학기술이 외국으로 이전되거나 유출될 수 있다는 염려도 있다. 또 중국과 같은 반미 국으로 부터 온 유학생들의 학교 외 활동도 관찰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왜 국토안보부가 하바드에게 외국인 학생들의 자료를 요구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정부는 하바드가 외국으로 부터 받은 자금에 대한 정확하고 자세한 보고서를 제출할 것도 요구했다. 지난 10년 동안 하바드는 중국과 홍콩으로 부터 받은 약 3억5천만 불을 포함하여 약 14억 불의 외국 자금을 받은 것으로 연방 교육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연방 교육부는 하바드의 보고서가 정확하지도 않고 미완성 상태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학은 외국으로 부터 받은 자금의 출처, 자금 지급 목적, 사용 등 구체적 내용을 정부에 보고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동시에 대학이 외국, 특히 중국이나 팔레스타인 같은 반미 국가들로 받은 자금이 무슨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파악하고 감독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이고 책임일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정부의 요구들을 하바드가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요구로 굴복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거절하자, 정부는 하바드에게 책정된 연구개발 지원비 22억 6천만불의 지급을 중단했다. 또 정부는 하바드의 유학생 비자 발급 허가서를 최소했다. 하바드는 정부의 연구자금 지급 중단과 학생비자 발급 허가서 취소가 위헌임을 주장하고 즉시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유학생 비자 발급 허가서 취소는 하바드의 제소 후 바로 법원이 정부의 취소 결정의 집행을 임시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연구개발 자금 지원 중단에 관한 법원 판결은 7월에 있을 예정이다. 트럼프가 말한 대로 정부가 하바드의 면세권을 박탈한다면 또 하나의 정부 대 하바드의 법정분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트럼프 정부와 하바드의 분쟁은 연방지방 법원과 항소법원을 거쳐 결국 대법원에서 종결될 것 같다. 앞으로 있을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통해서 정부는 비영리 교육기관에 대한 간섭과 규제의 한계를 분명히 이해하고 대학의 자율권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요구를 하는 일이 없게 되길 바란다. 하바드와 다른 대학들도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통해서 학문의 자유와 자율권의 범위와 한계를 분명히 이해하고 정부의 합법적인 정책과 요구에 협력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또 특정 이념을 교육하고 고취시키는 정치적 이념 교육기관으로 의심이나 비판을 받지 않는 순수한 학문의 전당이 되길 바란다.

<박옥춘 전 미 교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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