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난과 절망 속에서도 노신사의 품위를 지키려는 투쟁’

2025-05-23 (금) 12:00:00
크게 작게

▶ ‘움베르토 D’(Umberto D·1952) ★★★★★(5개 만점)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의 거장 비토리오 데 시카가 만든 흑백 명작으로 종전 후 가난과 절망 속에서도 자신의 품위를 지키려는 노신사의 투쟁이 심금을 울리는 훌륭한 영화다. 데 시카가 자신의 부친 움베르토에게 바치는 영화로 명화임에도 불구하고 전후 이탈리아의 사회를 지나치게 암담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이탈리아 문화상으로부터 더러운 세탁물을 공개하는 행위라고 비판 받았다.

움베르토 D(배우가 아닌 대학교수 칼로 바티스티의 민감하고 정교한 연기가 뛰어나다)는 은퇴한 공무원으로 혼자 외롭게 아파트서 산다. 그의 유일한 친구는 재주를 부릴 줄 아는 개 플리케.

그는 30년째 살아온 로마의 아파트 렌트비도 밀린데다 쥐꼬리만한 연금으로는 먹고 살기도 힘든 처지. 아파트이 여주인이 움베르토를 내쫓겠다고 위협하면서 움베르토는 구걸을 비롯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돈을 마련하려고 하나 모두 실패한다. 절망한 움베르토는 자살을 생각하기도 하나 혼자 남을 플리케가 불쌍해 그 것도 포기한다.


항상 정장에 중절모를 쓰고 다니는 움베르토는 가끔 아파트 주인의 젊은 하녀와 말동무를 하나 그 것으로는 자신의 고독을 달래길이 없다. 움베르토는 희망과 행복 없이 생존해야 할 운명으로 그야말로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신세다.

그런데도 그는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플리케와 공원에서 장난을 즐기며 하루를 보낸다. 라스트 신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정 가득한 장면이다.

이 영화는 겉으로는 매우 우울한 영화지만 실은 삶으로 터질 듯한 생존 긍정 드라마다. 간단한 외형 안에 겹겹이 쌓인 내면을 지닌 영화로 전후 이탈리아의 사회정책에 대한 기소이기도 하다.

매우 감상적일 수 있는 작품이 감독과 극본가 체자레 자바티니의 솔직하고 사실적인 연출과 글 때문에 일체의 싸구려 감정이 배제돼 있다. 데 시카는 움베르토를 동정이나 연민의 마음으로 묘사하지 않고 직선적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줘 더욱 그의 불행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