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韓日대만, 대미 투자 차질 경고하며 美에 반도체 관세 자제 요청

2025-05-21 (수) 03: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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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관세 조사 의견서…中·EU는 “국가 안보 미명 아래 보호무역” 비판

▶ 美기업도 생산비용 증가 우려…디스플레이·태양광 업계는 ‘불똥’ 우려

세계 주요 반도체 생산국과 기업이 미국이 고려하는 반도체 관세가 반도체 산업의 비용 증가와 공급망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며 미국 정부에 자제를 촉구했다.

21일 연방 관보에 따르면 상무부는 수입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 반도체를 사용한 파생 제품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와 관련해 지난 7일까지 206건의 의견서를 접수했다.

한국 정부는 한국이 미국에 주로 메모리 반도체를 수출하면서 미국에서는 로직칩과 반도체 제조장비를 수입하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고 강조하고서 관세가 이런 관계를 훼손하고 궁극적으로 미국 반도체 산업을 약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의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첨단 DRAM이 미국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에 필수적인 부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 정부의 "전략적이고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또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당분간은 반도체 제조장비와 소재를 수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관세가 대미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한국에 대한 "특별한 고려"를 요청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도 정부와 유사한 논리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일본 정부는 그 어느 한 나라도 반도체 가치사슬 전체를 내재화할 수 없으며 관세는 미국의 반도체 사용자와 설계기업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본은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 노력에 협력한다면서 제조장비, 소재, 파생 제품에 대한 관세를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대만 정부는 대만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파트너"라면서 대만산 반도체 등을 관세에서 제외해달라고 촉구했다.

대만 TSMC는 TSMC를 비롯해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사업에 투자를 이미 약속한 기업은 관세와 기타 수입 제한 조치에서 예외로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2017년부터 '국가 안보'라는 개념을 계속 확장해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와 그 부품에 대한 추가 관세 등의 보호무역 조치를 시행하기 위한 구실로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의 이번 조사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되며 미국이 최근 몇 년 막대한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자국 반도체 산업을 과잉보호해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이 국가 안보라는 미명 아래 특정 산업 분야를 외국과 경쟁에서 보호하려고 해 크게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반도체 공급망을 불안정하게 하고 무역을 제한하는 일방적인 조치는 EU와 미국의 협력과 신뢰, 무역·투자 관계를 훼손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기업들도 관세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일률적인 관세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과 기술 개발 비용을 키울 위험이 있다면서 관세를 부과할 경우 저율관세할당(TRQ) 도입, 다른 관세와 중첩 방지 등의 조치를 통해 그런 위험을 완화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조차 미국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장비와 소재,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만든 반도체 웨이퍼 등은 관세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주요 자동차 제조사를 대변하는 자동차혁신연합(AAI)은 다량의 반도체를 탑재한 자동차의 생산비용이 증가해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번 조사가 반도체를 사용한 일부 제품에도 적용되다 보니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 기업들도 조사의 파장을 경계하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KDIA)는 평면패널디스플레이 모듈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통상 20%가 안 되고 그 반도체 기술도 첨단이 아닌 범용(legacy) 기술이라면서 디스플레이 모듈을 파생제품으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화큐셀은 태양광용 웨이퍼도 반도체 웨이퍼와 마찬가지로 실리콘을 사용하지만, 실리콘 소재의 규격이나 제조 과정 등이 크게 다르다고 설명하고서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과 웨이퍼는 이번 조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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