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의 나는 새벽에 곧잘 엄마의 울음소리와 중얼거림에 깨어났다.
엄마의 새벽 기도소리였다.
기도의 내용은 항상 나와 내 자매들을 위한 간구로 끝났는데 “항상 건강하고 지혜롭고 명랑한 아이로 자라게 해주옵소서”로 끝났다.
이 기도문구는 평생 나의 머릿속에서 녹음기처럼 계속 되풀이 되다 이제 정말 나의 캐릭터가 된 거 같다.
십대 초반의 난 곧잘 엄마에게 반항아였다.
그리고 엄마에게 대들듯 항의했다.
“엄만 내게 해주는 거 없잖아?” 그리고 친구들의 엄마와 비교해댔다.
급기야 엄마는 내게, “너희들을 계모 손에 키운 것도 아니고, 밥을 굶긴 것도 아니고, 너희들 버린 것도 아니고 최선을 다해 주는데 왜 이리도 불평이니!”
난 또 따진다.
“그건 모든 엄마들이 다하는 기본이야! ” .
나도 이젠 모든 내 할일을 마치고 손을 놓으며 일을 떠나며 생각해 본다.
든든한 그러나 힘든 직장을 고수하며 더하여 그리도 힘든 입덧을 겸비한 임신을 하고 드디어 기다리던 자녀를 낳아한 가정이란 따뜻한 보금자리와 울타리를 힘겹게 지켜내며 아이들을 교육 성장시켜 이제 한 개체로 독립시켜 내보내기까지의 길고도 기나긴 사랑과 연단의 세월을.
사랑과 보살핌의 행복한 시간속엔 또한 모든 짐을 지고 아픔, 절망과 갈등 그리고 참으로 이기기 힘든 외로움과 고단함이 함께한 끝없는 자신과의 극기와 극복 그리고 인내의 긴 투쟁 과정의 시간들, 안도와 행복이 기억에 남겨 새겨지기 바쁘게 또다시 고단함 속에 묻혀져 버린 시간들, 조금만이라도 더 쉴수 없었던 그 긴 세월의 여정들을.
그러나 나의 엄마가 그랬든 그리고 모든 엄마가 그렇듯, 난 그들을 나의 날개밑에서 나의 지킴, 나의 보살핌과 보호와 희생으로 끝까지 지키며 양육하며 가르치기에 온힘을 다하였다(비록 그들의 의견은 훨씬 다를지라도).
더한 즐거움 좀더 안일할 수 있던 삶의 조건과 맞바꾼, 그리고 사랑이기에 내 삶과 목숨을 다 걸은 긴 인생 여정의 아직도 다 끝내지 못한 이 엄마 역할.
“모든 엄마들이 다 하는 기본”이란 ‘엄마 가치 할인’ 표현을 내가 내 자녀에게서 직접 들었다면 무척이나 섭섭했겠지만 다행히 내겐 나처럼 암팡진 입을 가진 못된 딸이 없었으니 참으로 다행이지만 이 아들들이라고 더 만만할까….
그러나 이제 생각해본다. 한 인간으로, 여자로서 가장 큰 보람과 행복 그리고 고귀함으로 날 이끈 삶은 나 자신을 극복하며 사랑으로 이겨내며 어머니란 이름으로 살아 내온 그 삶이 아니였겠는가 하고….
내 삶의 완성을 다시 한번 유추해 볼때 이들이 비로소 (나의 자녀들)이 훨훨 내 곁을 떠나 저 미지의 힘차고 희망으로 힘이 넘치는 곳으로 힘있게 날아 가버리는 때라고 정의하고 싶다.
이제 나머지 여정이 그 소멸을 향해 가고있다.
이 아름다운 낯선 산악지대의 한 구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또 걸으며 기도한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제 그들의 날개가 더 높이 더 멀리 힘차게 날 때에 그들이 길을 잃지 않게 하시고, 그들이 지치고 때로 두려움에 압도될 때 그들 의 손을 잡아 주시고 어둡고 음산한 곳에서 길을 잃었을 때 밝은 빛을 비춰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어리석고 서툴었지만 있는 힘 다해 살아온, ‘어머니’로 살아온 인생 영광이며 감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