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5.4.), 워싱턴무량사에서 한국불교전통에 따른 ‘부처님오신날’(음 사월파일) 봉축 법요와 관불(灌佛 아기부처 목욕의식) 및 연등(燃燈 등불을 킴) 행사를 한 뒤에, 그날 저녁에 유엔 베삭절(음 사월보름) 행사의 금년도 주최국인 베트남에 가기위해 출국하였다가 관련행사(5.6-8.)를 마치고 돌아오며 경험한 느낌의 일부를 적어본다.
먼저 터키쉬항공으로 워싱턴 덜레스공항에서 이스탄불을 경유하여 호치민시티로 가서 행사에 참여했고, 스타럭스항공으로 타이페이와 로스앤젤레스를 거쳐서, 알래스카항공으로 워싱턴에 돌아오면서, 6박7일 만에 지구일주를 할 수 있었음에 신기함과 감사함을 느꼈다. 우선 이른바, 지구촌 여러 곳을 상호연결해주는 항공사들의 확산과 연대 및 기술력의 현대적 발전에 감탄하며, 인류공동체의 문화소통과 업적의 공유현상을 고마움으로 되새겨본다.
한국 및 미국에서도 근래 연등에서 재래식 촛불대신 축전지를 이용한 촛불모양의 전구를 통해, 비와 바람에도 꺼지거나 흔들리지 않고 빛을 발산하게 하는 기술이 눈부시다.
베트남에서도 크고 작은 연꽃 모양의 다양하게 디자인된 등불구조에 화공물질의 초와 네온사인을 이용한 빛냄이 기특하였다. 이른바 국내외의 여러 가지 스포츠 이벤트나 시위 도중에 쓰는 응원봉이나 염원강조 플래시 등을 볼 수 있지만, 손에 들거나 건물 및 나무나 물위에도 걸거나 띄울 수 있는 아름다운 가공품들이 많음에 놀랍고, 활용에도 편리하게 만들어져 유통되는 실정이다. 아마도 소수의 수작업도 있겠지만 산업화 수준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것으로도 짐작된다. 무지한 어둠 속에서 지혜를 상징하는 빛,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그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와 정서를 구체적으로 물질화함도 그럴듯하다.
근래에 비행기 내에서도 볼거리 들을거리로 영화나 음악 등이 다양하게 제공된다. 이번 여행중 태평양을 지나는 시간에 영화 리스트를 둘러보는 가운데, 타이틀에 단순히 “1980”만이 쓰인 것이 있어 궁금하여 그 내용을 살펴보니, 짐작대로 한국의 1980년도 ‘5.18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을 광주의 한 식당 가족과 그 주변의 인물들이 겪고 나누는 이야기였다.
가족과 친지들 사이에도 각각 관점과 입장 및 경험에 따라 하나의 정치사회적 상황도 사뭇 다르게 이해하고 느낄 수 있으며, 편견이나 무지에 따라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당시 “서울의 봄”을 현장에서 직접 겪었던 필자도 충분히 공감되었다.
작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새삼 되새겨지며, 많은 부분의 상황묘사가 정황상 일치됨을 느꼈다. 탑승객 가운데 한국인은 물론, 다른 나라와 민족에 속한 분들도 그를 들여다보면 당시의 한국 사정을 이해하고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줄 안다. 아마 그 시절 이후로부터 최근의 비상계엄 및 그에 대한 민중의 항거를 연계해 볼 것으로 짐작된다, 전혀 다른 내용과 상황의 전개이지만.
‘가정의 달’로 불릴 만큼, 어린이날과 어버이날들이 있으며, 스승의날(5.15)이 가까운데, 인간의 몸과 마음의 신장과 성숙에 필요한 뜻깊은 그날들을 기리며, 인문학적 가치와 의미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5.18)’도 다가오는데, 이번에 ‘1980’을 보면서, 그 당시 광주시민들이 겪은 고통과 슬픔 및 희생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작년 말에 발생한 무리한 비상계엄 선포가 성사되지 못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그 상황에 참여했던 군경들의 소극적 대응이었다고 하는데, 광주상황과 대비된다. 이번에는 군인들이 국민의 군대로서의 자각이 주 요원이었다고 분석 평가한다. 아직도 남북이 통일되지 못한 한반도 상황에서, 이른바, ‘남남갈등’이 우려된다.
남한의 국력만으로도 세계적인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통일된 한국을 예상하면 그 잠재적 국력과 국제적 위상이 엄청 향상될 줄 안다. 남북이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며 협조하여, 평화적 통일을 이룸은 우리 남북 모두의 숙원이며, 세계평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국조 단군의 “홍익인간 이화세계” 이념을 되새기며, 평화통일 공존공영의 추구를 새삼 다짐해 보는 달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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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월 워싱턴무량사 회주 동국대 불교학과 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