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난 사람, 못난 사람, 못한 사람

2025-05-06 (화) 08:07:41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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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은 자기성찰이고, 자기관리이다. 세상에 그 어느 누구도 날때부터 완전한 사람은 없으며, 또한 전혀 가망없는 불완전한 사람은 없다. 가장 행복한 사람도 없고, 가장 불행한 사람도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현실과 그 상태에서 어떻게 자기를 돌아보고, 미래를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를 분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수동적이거나 부정적이 아닌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자기 인식과 태도가 필요하다.

사람가운데서는 모난 사람이 있다. 각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달구지나 자동차가 달리려면 바퀴가 둥글어야 한다. 그런데 그 바퀴가 네모진 바퀴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살아간다는 것은 물이 흐르듯, 바람이 불 듯 그렇게 흘러가는대로 가야 한다. 그런데 모난 사람은 좌우를 불편하게 하고, 시끄럽게 만드는 경향이 많다. 식당에 가서 혹시 음식이 빨리 나오지 않거나 서비스가 기대만큼 좋지 않을 때 한마디 지적하고 싶은 때가 있다. 글자 한자나 이름 석자가 혹시 틀릴 때 그냥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 있다. 예수님은 이런 사람을 향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누가복음6:41).


내 눈으로 보이는 모난 것들이 내 마음의 눈으로 나의 모난 것을 뚜렷하게 보는 그런 넓은 시야를 가져 둥글둥글 살아가는 여유가 필요하다.

모난 사람보다 더 한 사람이 못난 사람이다. 못난 사람이라 할 때 얼굴과 외모가 못난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코메디언이 ‘못생겨도 뭔가 보여 주겠습니다.“라는 말은 웃어 넘어갈 말이 아니라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말이다. 외모로 못생긴 것은 알지만 그래도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의 최선을 다해서 겉으로 못난 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의지는 과연 칭찬할 만하다, 못났다고 말할 때 그 자리, 그 모습의 현실과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맴돌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할 뿐 만 아니라 설령 그 하는 것의 결과가 전혀 노력과 생각을 반영하지 않았을 때 못났다고 하는 것이다. 잘생긴 사람이 잘 생긴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그 잘생긴 사람을 못났다고 말해야 하고, 바로 가야 하는데, 비틀거리며 가고, 자기의 자리에서 흐트러짐없이 해야 하는데 분수를 넘거나 태만한 그 사람을 못났다고 하는 것이다.

세상에 잘난 사람, 못난 사람이라고 할 때는 그 신분과 위치를 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자리, 어떤 지위에서 자기가 해야 할 역할을 다 했느냐 못했느냐에 따라서 못난 사람이 될 수 있고, 잘했다 칭찬받는 잘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설령 못난 사람으로 보여도 실상은 잘난 사람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자기를 반성하고 성찰하는 사람이다.

못난 사람중에서도 정말 못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못한 사람이다. 못하는 것은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경우가 있을 때가 많다. 공부를 하고 싶은데 형편이 못되어서 못할 수 있다. 운동자에서 뛰고 싶은 데 몸이 여의치 못해서 뛰지 못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 가운데서는 공부를 할 수 없는 형편가운데서도 공부를 하고, 뛸 수 없는 가운데서도 뛰어보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런 사람은 칭찬을 넘어서 존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사람들, 좀 과도한 말로 말하자면 신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할 수 있는데 못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은 필연적 의무를 선택적 권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권리도 의무가 따르지 않는 권리는 태만이고, 교만이고, 남용이다.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느니라”(눅9:37)

먼 훗날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사람으로 아쉬움과 후회함을 갖기보다 오늘 힘들어도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으로 오늘을 성찰하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가만히 방에 누워있는 것보다는 밖으로 나가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며 함께 노래라도 부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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