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포근해지면 몸과 마음은 들뜨지만, 그 틈을 파고드는 꽃가루는 눈과 코를 공격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20%가 계절성 알레르기를 겪는다고 하니, 계절이 뚜렷한 곳에 산다면 봄철 알러지는 숙명처럼 보일 수 있다. 같은 공기를 마셔도 누구는 멀쩡하고, 누구는 하루 종일 재채기를 한다. 차이는 외부 자극보다 개인이 가진 면역 균형과 체질에서 비롯된다.
꽃가루보단 내 체질과 몸 상태가 먼저다
현대의학은 알레르기를 “IgE 항체가 특정 항원을 과도하게 공격하는 현상”이라 정의하고, 이 항체 반응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제·비강 스테로이드로 증상을 억제한다. 문제는 효과가 신속하지만, 졸림·구갈·점막 건조감 같은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게다가 똑같은 용량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듣지도 않는다.
반면 한의학은 사람을 열형(熱型)·냉형(冷型), 담습형(痰濕型)·혈허형(血虛型) 등으로 나눠 같은 알레르기도 원인을 달리 보는데, 이러한 체질적 차이를 무시하고 일괄 처방하면 급한 불은 끄더라도 재발 주기는 점점 짧아지게 된다.
체질 따라 다른 알레르기 증상
예를 들어, 몸에 열이 많은 ‘열형(熱型)’ 체질은 알레르기 반응 시 눈 충혈, 코의 작열감, 끈적하고 누런 콧물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반면, 몸이 차가운 ‘냉형(冷型)’ 체질은 맑은 콧물이 흐르고 재채기가 잦으며 몸이 으슬으슬 춥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같은 꽃가루 알레르기라도 체질에 따라 증상의 양상이 확연히 다르므로, 진단과 치료의 접근법 역시 달라져야 한다.
한의학의 맞춤 치료법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체질적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다양한 치료법을 활용한다. 침 치료는 기혈 순환을 조절하고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각자의 체질과 증상에 맞춰 처방된 한약(탕약)은 몸의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체질 맞춤 식습관과 생활 관리
치료와 더불어 생활 습관 관리 또한 중요하게 여겨진다. 한의학에서는 체질에 맞는 식습관을 권장하는데, 가령 소화기가 약하고 습(濕)이 많은 담습형(痰濕型)은 기름진 음식이나 찬 음료를 피하는 것이 좋고, 몸이 찬 냉형(冷型)은 생강차와 같이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급격한 온도 변화에 대한 대비 등 일상에서의 노력들이 면역 체계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한다.
증상대처를 넘어 근본 강화로
더 나아가 한의학적 접근은 단순히 현재의 증상을 억제하는 것을 넘어, 알레르기가 심해지기 전, 즉 예방적 차원에서 몸의 균형을 미리 맞추는 것을 강조한다. 평소 자신의 약한 부분을 파악하고 (예: 폐나 비장의 기능 강화) 꾸준히 관리함으로써, 외부 자극에 대한 민감도를 점차 줄여나갈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알레르기 반응의 강도와 빈도를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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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