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곡우절(穀雨節)을 지내며, ‘그린 라이프(Green Life)’가 되새겨지는 신록의 계절. 크리스천들을 포함하여 부활의 기쁨을 누려보는 봄이 무르익어가는 4월의 하순이다.
사람마다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시절 인연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겠는데, 불교인들에게는 이즈음 ‘부처님 달’로 불릴 5월을 맞이하고 준비하는 때로 짐작된다. 한국에서는 법정 공휴일인 ‘부처님오신 날’이 음력 ‘사월초파일’로 보통 양력으로는 5월에 있고, ‘사월보름’을 뜻하는 “베삭(Vesak)”이 국제연합베삭절(UN Day of Vesak)로 20세기말에 제정되어 21세기부터 국제적으로 주목되고 기려져왔다. 부처님을 인류의 정신적 어버이와 스승으로 보면, 비불교인들과도 함께 일반가정에서도 그 의미를 되새기며 확산시키고 즐겁게 동참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른바 베삭절이 금년에는 5월12일이다. 스리랑카, 미얀마, 타일랜드, 캄보디아, 라오스 등지의 동남아시아 상좌부(Theravada) 불교전통에서는 이 베삭에 석존(釋尊 Sakyamuni Buddha)이 탄생, 성도(成道), 대열반(Pari-nirvana)하셨다고 전해지며 즉, 삼대성일(三大聖日 Threefold Sacred Day)로 기려지고 있다. 이 한날이 석존의 일생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기로, 불자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날로서 기림은 당연하다. 1999년 11월, 이른바, ‘새천년’을 맞으며 유엔총회에서 베삭절에 부처님을 인류의 스승으로 기념하자고 결의하였다. 이날에 붓다의 지혜와 자비 사상을 기리고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축원하며 연구하는 행사를 갖도록 하면서, 이와 관련하여 유엔 산하의 모든 시설이 활용되고 협조되도록 결정하였다.
2001년도부터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기념식을 시작하였고 계속 확산되어 왔다. 그 뒤로 2004년부터는 지역과 교통여건 등을 고려하여, 태국 방콕 유엔센터 (UNESCAP)에서 대규모의 기념행사가 계속 진행되어 오고 있다(2008, 2014, 2019년에는 베트남, 2017년에는 스리랑카에서 주최). 금년에는 베트남에서 대회를 유치하여 호치민시(구 사이공)에서 개최된다. 보통 평균 90-100여개국에서 약 2,000여명의 해외대표단이 동참, 학술 및 문화 행사를 해왔다.
필자는 2000년대 후반부터 국제베삭위원회(ICDV) 위원으로 참여해왔는데, 금년행사준비를 위하여 지난 10월 토의한 내용을 다소 공유하고자 한다. 2025년도 축제는 5월6일부터 8일까지, “인간존엄을 위한 일치와 포용: 세계평화와 인간개발을 위한 불교적 통찰(Unity and Inclusivity for Human Dignity: Buddhist Insight for Wold Peace and Human Development)”을 주제로 진행되는데, 몇 가지 관련 부제를 포함하여 베트남불교대학교에서 학술발표와 토론회도 열린다.
필자는 부제중의 하나인 “일치의 조장: 지구적 조화를 위한 협력 노력(Fostering Unity: Collaborative Efforts for Global Harmony)”에 맞추어 논문을 발표하는데, 종교적 유엔을 지향하는 유알아이(URI)의 연합활동에 불교가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지혜와 자비로서 비폭력 평화운동을 확산하자는 제안을 할 예정이다. 금년에 창립 사반세기를 맞는 유알아이코리아(URI Korea 현 한국종교인연대)의 창립경험을 공유하며, 지구촌 인류 공동체성을 강조하고, 백화난만한 화엄세상을 성취해나가며 세계평화를 이룩하자는 것이다.
필자가 주석하고 있는 워싱턴무량사는 한국 전통에 따라, 부처님오신 날 봉축법회와 연등행사를 그 전날인 5월4일 일요일에 열 예정이다. 베삭절보다 1주일 앞서 거행하는 것인데, 한국 전통선원에서는 베삭절부터 여름 안거를 시작해왔다. 부처님을 기리며 그분 가르침의 지혜를 상징한 등불로 장엄코자 연등을 공양하는데, 이른바 “빈녀(貧女)의 일등(一燈)” 즉, 한 가난한 여인이 부처님께 올린 작은 등불이 귀족이나 부자들의 큰 것보다도 더욱 빛났다는 사연을 되새기며, 누구라도 형편에 따라 보시하되, “법공양이 으뜸”이라는 말씀처럼, 불교 공부와 수행으로 공양을 삼으면 사뭇 향기롭게 빛날 줄 안다.
부처님이 오신 날뿐만 아니라, 달과 계절을 모두 함께 기리며, 독자분들도 나름대로 지혜와 자비를 통한 자기실현과 세상의 평화를 이루는데 보람과 기쁨을 크게 누릴 수 있도록 정진해 나가기를 축원 드린다. 나무본사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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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월 워싱턴무량사 회주 동국대 불교학과 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