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이 지나고, 삼라만상이 눈을 뜨듯이 자연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따뜻한 햇살과 봄바람 속에서 움츠렸던 가지는 연둣빛 새싹을 틔우고, 잠자던 들꽃들은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민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로서 이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봄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새로운 활력을 되찾는 시기이며, 동시에 그만큼 조심스러운 전환의 시기이기도 하다.
한국의 어느 시인은 “목련꽃 그늘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목가적 서정을 노래했고, 미국의 유명한 시인은 ‘황무지와 같은 잔인한 계절’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리도 동서양의 차이가 있었단 말인가.
또한 4월은 예수가 인간의 모든 죄를 지고 십자가에 달리셨다가 3일 만에 부활했다는 기독교의 최대 부활절 절기가 전세계적으로 펼쳐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는 이러한 4월이라는 만물이 약동하는 계절에 우리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우선 몸을 다스리는 지혜로서 몇 가지 생각해 보자. 겨울 동안 우리 몸은 활동량이 줄어들고, 신진대사도 느려지게 된다. 봄이 되면서 갑작스럽게 활동량이 증가하고 기온이 오르면, 우리 몸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를 ‘춘곤증’이라고도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하다. 일정한 기상 시간과 식사, 수면 리듬을 유지하며 가벼운 운동으로 몸의 생체 리듬을 회복해야 한다.
또한 겨울철엔 기름지고 무거운 음식을 많이 먹지만, 봄에는 몸을 가볍게 하며 해독과 회복에 좋은 음식이 필요하다. 봄나물은 그 대표적인 식재료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달래, 냉이, 쑥, 두릅 등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고, 간 기능을 도와 피로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물을 충분히 마셔 노폐물 배출을 돕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로 영양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햇볕을 쬐면 비타민 D가 생성되어 뼈 건강과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특히 4월은 강한 자외선이 시작되기 전이라 야외 활동에 적합한 시기이다. 가까운 공원이나 산책로를 걸으며 봄을 느끼고,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요가로 몸의 긴장을 풀어주면, 겨울 동안 경직됐던 근육과 관절이 풀리고 몸의 활력이 되살아난다.
둘째로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로서도 생각해 보자. 봄은 감성이 예민해지는 계절이다.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때론 알 수 없는 우울감이나 허전함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이다. 이런 감정의 물결을 억지로 제어하기보다, 그저 흘려보내며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일기 쓰기, 그림그리기, 명상, 음악 감상 등으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표현해보자. 특히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마음의 평안을 도울 것이다. 또한 4월은 우리의 마음도 정리하고 비워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가 있다. 지나간 후회, 실패, 미련들을 내려놓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작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보자. 매일 아침 마음을 가다듬고, 하루의 목표를 적어보는 것도 좋다. 내면을 정돈하는 습관이 삶을 안정시켜준다. 그리고 겨울은 사람 사이의 거리도 멀게 만든다. 추위 속에서 우리는 방 안에 머물며 고립되기 쉽다. 봄은 다시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따뜻한 정을 나누는 계절이다.
오랜만에 안부 전화를 걸고, 친구나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며 정을 나누자. 때론 용서를 구하거나, 잊고 지냈던 감사를 전해보자. 마음의 연결이 회복되면 내면의 외로움이 사라지고, 봄날처럼 따뜻한 에너지가 솟아난다.
그리하여 약동의 봄을 맞이하여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면서 우리의 삶의 테도를 바꾸어 보자. 또한 4월의 자연은 우리에게 ‘깨어남’을 말한다. 죽은 듯했던 나무가 꽃을 피우듯이, 우리 역시 새로운 삶의 문을 열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시작이 그렇듯, 몸의 신호를 잘 듣고,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으며,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태도, 이것이 바로 조심스럽고 봄을 맞이하는 가장 아름다운 자세다. 일상의 작은 변화 속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아침 햇살에 커튼을 걷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의 꽃들을 바라보는 그 순간이야말로 삶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봄은 거창한 혁명이 아니라, 작고 조용한 변화의 시작으로 사월의 향연에 젖어 봄이 어떻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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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화/전성결대학장·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