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지 / 변호사 Prosper Law PLLC 대표
서로에 대한 애정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은 형식적인 부부관계를 자주 보게됩니다. 역지사지는 입장을 바꾸어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심리학에서는 타인이 나와 다른 생각, 믿음, 욕구,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능력을 마음이론 (theory of mind) 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샐리-앤 실험에서는 샐리가 구슬을 바구니에 넣고 자리를 비운 사이, 앤이 구슬을 상자에 옮깁니다. 샐리가 돌아왔을 때 구슬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4세 이후 아동은 샐리의 관점을 이해하고 바구니라고 대답합니다. 반면, 인지 발달이 미성숙한 어린 아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기준으로 상자라고 답합니다. 이는 자신과 타인의 인지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직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관점 수용 능력은 부부 관계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배우자 역시 나와 다른 생각, 신념, 욕구,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부가 연을 맺기 전, 서로 전혀 다른 환경과 가치관 속에서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아내가 자란 가정에서 아버지가 어머니 대신 자주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면, 그러한 행동을 사랑과 배려의 표현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자란 환경에서는 ‘설거지를 하는 것’은 사랑과 배려의 표현이라기보다, 그저 일상적인 집안 일 중 하나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설거지’를 사랑과 배려에 연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생각의 차이는 옮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한 ‘다름’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관점이 항상 옳다고 단정짓고, 배우자를 틀렸다고 몰아세우기 보다는, 배우자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깊은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하고 존중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자로 잰 듯 예측 가능한 범위에 있지 않습니다. 누구나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선택이나 반응을 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더 가까운 관계일수록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관계를 유지하고 성장시키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중요합니다. 서로에 대한 관심과 대화, 이해와 배려, 존중이 부족하면, 부부 관계에 불만이 쌓이게 됩니다. 이러한 감정이 해소되지 않고 지속될 경우, 이혼으로 직행하게 됩니다.
역지사지는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단순한 인지적 이해를 넘어, 심리적, 정서적 공감이 더해지면,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깊이가 깊어지고, 관계는 더 단단해 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인지적 이해와 정서적 공감을 바탕으로 실천이 수반된다면, 부부는 서로를 돕고, 양보하며 배려하는 행동을 통해 사랑하는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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