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누가 트럼프에게 벌거벗은 임금님이라 말해줄까?

2025-04-14 (월) 12:00:00 캐서린 람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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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황제에게 벌거벗었다고 말할까? 그의 내각은 아니다. 그의 기부자나 대기업 임원들도 아니다. 의회는 더더욱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이래 최악의 시장 학살로 이어진, 전방위 무역전쟁을 시작한 후 그의 측근과 보좌진은 그를 비난하거나 만류하기를 꺼린다. 만류는커녕 일부 인사들은 오히려 그를 부추긴다. 미디어에 일제히 얼굴을 내민 트럼프의 하수인들은 관세의 목적과 행정부의 계획에 관해 서로 모순된 이야기를 하면서도 ‘해방의 날’ 선포는 잘한 일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일요일 케빈 해셋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관세는 일시적인 협상 수단으로 상대국들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트럼프의 요구에 화답하면 곧바로 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0여개국이 협상을 시작하자며 대통령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밝혔다. 거의 같은 시간에 다른 방송에 출연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미국의 제조업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며 “바로 이 때문에 관세는 영구적일 것”이라는 상반된 견해를 제시했다.


무역고문인 피터 나바로도 관세가 영구적이라는 시각에 무게를 실었다. 폭스뉴스에 출연한 그는 금권주의적 조치인 소득세 인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트럼프는 영구 관세에 따른 세수 확보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를 통해 “10년에 걸쳐 6조~7조 달러의 세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뜬금없는 수치에 불과하다.

관세와 관련해 행정부 관리들이 앞다투어 내놓은 상충된 설명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브룩 롤린스 농무부장관은 관세가 합당한 이유는 이미 1791년에 알렉산더 해밀턴이 이를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롤린스 장관은 그 당시 미국인의 90%가 농민이었고 그들 모두가 오늘날의 농부들에 비해 훨씬 가난했다는 사실을 편리하게도 생략했다.

가장 형편없는 연기는 스콧 베센트에게서 나왔다. 시장을 ‘이해한다’는 이유로 중용된 베센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이른바 방안의 어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베센트는 금요일의 ‘기록적인 거래량’(즉 엄청난 혼란과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의 인프라가 붕괴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세는 이미 성공적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해고당한 연방 공무원들은 미국의 공장에 취업할 수 있는 가용노동력이라는 망언을 스스럼없이 내뱉었다. 베센트는 이어 금리와 유가 하락을 관세전략이 가져온 최대 성과로 꼽았다.

그가 처음에 내놓은 두 가지 요점은 틀렸거나 무관한 것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한다. (암 연구원의 기술을 최대로 활용하기 위해 운동화 꿰매는데 사용하는 것은 결코 적절치 않다.) 그가 두 번째로 제시한 두 가지 관측은 사실 엄중한 경고신호에 해당한다.

처음에 금리가 떨어진 것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투매하고 채권으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채권금리가 크게 하락했다.) 그러나 월요일에 이르러 금리는 다시 상승했다. 이는 폭락 장시에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투자자들이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관세 인플레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거나 증시의 급속한 자본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

한편 유가 하락은 경기둔화 우려에 기인한다. 유가가 이처럼 저렴했던 마지막 시기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였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공장폐쇄로 연료 수요가 줄었고 차를 운전해 출퇴근해야 할 직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유가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경기침체의 두려움은 베센트가 주장하는 승리와 거리가 멀다.

베센트도 분명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TV에 출연해 이같이 말함으로써 트럼프로 하여금 트루스소셜에 일관성 없는 주장을 되풀이하도록 떠밀었다. 베센트의 발언은 트럼프가 중국산 상품에 더 높은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다는 어리석은 협박을 하기 직전에 나왔다.


진실을 말하기를 거부하는 아첨꾼과 비겁자들에 의해 잔뜩 고무된 트럼프는 미국인들에게 ‘굳건히 버티고’, 그의 ‘약’을 삼키며 그가 가하는 고통을 냉정하게 견뎌내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경제가 붕괴되는 상황에서도 서민들의 비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요구하는 집단적 희생 감수는 공허하게 들린다.

한편 기업 임원들과 수장들과 트럼프 기부자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를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못한다. 한 거액 기부자는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공개적인 비난을 할 의향은 없지만 이 말만은 해야겠다”며 “설사 F***ing 버니 샌더스가 현직 대통령이라 해도 내가 우리 경제의 앞날을 이토록 걱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현재 상황은 그 정도로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익명의 비판자가 한 말은 정확하다: 버몬트주의 사회주의자 연방상원의원인 샌더스는 이른바 ‘부유세’ 신설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실질적인 세금징수도 없이 10년 분량의 부유세를 한꺼번에 징수하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지닌 조치를 단 며칠만에 실행했다.

헌법은 의회에 ‘외국과의 통상 규제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그들의 권한을 되찾을 생각은 하지 않고 태리프마겟돈(관세와 아마겟돈의 합성어)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느라 여념이 없다. 소수의 의원들이 트럼프의 관세 권한을 제한하는 대단히 온건한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지만 그마저 연방 하원의 표결을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존슨 연방하원의장(공화·루이지애나)은 “우리 모두 똘똘뭉쳐 인내하자”며 “대통령은 지금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인내는 미덕일지 모르나 비겁은 미덕이 아니다.

<캐서린 람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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