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美관세폭풍] 반도체 업계, 상호관세 예외에도 불확실성 여전

2025-04-02 (수) 05: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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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목별 관세 부과 등 후속 상황 예의주시…베트남 고관세에 가전도 비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상호관세 미적용 대상으로 거론된 반도체 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후속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백악관은 이날 상호관세 미적용 대상으로 기존에 다른 관세가 부과된 철강, 자동차 외에 구리·의약품·반도체·목재, 금괴 등도 거론했다.

다만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과 반도체, 목재 등에 대해 이미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한 만큼 이번 상호관세 제외에 마냥 안도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반도체의 가치사슬(밸류체인)이 복잡한 데다 미국 빅테크가 첨단산업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반도체와 같은 부품에 관세를 매기는지 득실을 따져봐야 하니 미국 정부도 고민하고 있는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이번 발표 내용을 면밀히 따져보며 향후 있을 품목별 관세 부과 등에 대한 대응책을 다각도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향후 품목별로 또 관세 조치를 내릴 수 있어 동향을 계속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의 요구는 미국으로 공장을 옮겨 미국의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것으로, 미국 현지 생산에 속도를 내는 게 가장 적절한 대응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대미 반도체 투자에 지급되는 보조금의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여전히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미국 투자 액설러레이터'를 신설하고 보조금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상무부의 반도체법 프로그램 사무국을 이 기구 산하에 두도록 하면서 "전임 행정부보다 훨씬 나은 합의를 협상해 흥정(bargain)에 따른 이득을 납세자에 가져다주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보조금 지급 규모 축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 오는 2030년까지 3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고 미 상무부와 지난해 말 47억4천500만달러(약 6조9천억원)의 직접 보조금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천만달러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하고 최대 4억5천800만 달러(약 6천639억원)의 직접 보조금을 받기로 한 상태다.

이번 상호관세 부과로 베트남과 인도 등에 생산 거점을 둔 가전업계 등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에는 각각 46%와 26%의 상호관세가 부과된다.

삼성은 현재 호찌민, 박닌, 타이응우옌 등에서 스마트폰, 네트워크 장비, TV,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물량의 50%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LG도 베트남을 주요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다. 현재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이 베트남 내 7개 생산법인을 포함해 총 12개 법인을 운영 중이다.

인도에서는 삼성전자가 수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와 스리페룸부두르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냉장고 등의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LG전자가 노이다와 푸네 공장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을 생산하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베트남 등이) 중국산의 우회기지라는 인식이 강해서 중국의 우회수출 방지용으로 (상호관세를) 크게 매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동안 동남아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들은 중국보다 리스크나 비용이 적다고 했는데 이제는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도 "베트남과 인도 등 현지 진출에 속도를 낸 우리 기업으로서는 이번 관세 조치가 상당히 치명적"이라며 "특히 베트남은 한국이 최대 투자 국가로 꼽히고 기존에 중국에 생산 기지를 뒀던 대기업이 탈중국 기조로 베트남 투자에 집중한 경향이 있어 그 여파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 강화 등의 전략을 검토하며 관세 부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공장에서는 주로 내수 물량을 생산하고 있어 관세 부과의 영향이 적지만, 베트남과 같은 생산기지는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상호관세가 실제로 시행되는 상황과 관세로 인한 영향 등을 면밀히 살펴보며 생산기지 조정 등의 전략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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