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임기 보장되던 수뇌부 대거 갈아치운 트럼프… “군 정치화 우려”

2025-02-23 (일) 09: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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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참의장 등 최고지휘부 6명 교체…워싱턴포스트 “군을 미지영역에”

▶ 예비역 중장이 합참의장 지명된 것도 최초

임기 보장되던 수뇌부 대거 갈아치운 트럼프… “군 정치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를 한꺼번에 교체하기로 한 데 대해 미군의 정치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22일 보도했다.

신문은 "펜타곤 숙청(purge)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군을 미지의 영역으로 밀어넣고 있다"면서 "갑작스러운 6명의 최고지휘관의 경질은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우려를 심화시켰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찰스 브라운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경질하고 예비역 공군 중장 댄 케인을 차기 합참의장으로 지명한다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혔다.



트럼프는 미국 최초의 여성 해군참모총장에 오른 리사 프란체티 제독 등 5명의 군 수뇌도 교체할 것도 국방부에 지시했다.

경질된 브라운 전 의장은 미국 역사상 두 번째 흑인 합참의장으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3년 10월 임명해 임기(4년)가 2년 8개월 가까이 남아 있었지만 이번에 중도 경질됐다.

미국에서 정권이 바뀌면 국방부 장·차관 등 민간 고위직은 교체되지만, 현역 장성들인 군 수뇌부는 임기를 보장해주는 것이 관례였다.

트럼프의 군 수뇌부 교체는 이런 관례와 전통을 깬 것으로, 미국에선 엄격히 정치 중립을 지켜온 군을 정치화하는 조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합참의장을 지낸 마틴 뎀프시 예비역 육군 대장은 링크트인에 올린 글에서 "고위 지휘관을 리더십과 능력 등의 자질이 아니라 신념의 불일치와 같은 이유로 교체한다면 군 조직을 해로운 방향으로 정치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이전 정부들에서도 대통령이 취임 후 군 수뇌부를 교체한 사례는 왕왕 있었다며 이번 조치를 옹호하고 나섰다.

JD 밴스 부통령은 과거 해리 트루먼 대통령도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를 해임했고 오바마 대통령도 스탠리 매크리스털 중부사령관을 경질한 사례가 있다고 소셜미디어에서 밝혔다.


맥아더 원수는 한국전쟁 당시 트루먼 행정부의 군사전략을 공공연히 비난했다가 전격 교체됐고, 매크리스털 장군은 2010년 잡지 롤링스톤과 인터뷰에서 당시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을 공개 비판했다가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이 두 사례는 군사전략을 둘러싼 공공연한 불화와 전쟁의 성과로 인한 것이고 임기가 보장된 군의 최고위 보직을 이번 사례처럼 중도 교체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이번에 합참의장에서 경질된 브라운 장군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공군참모총장을 지냈고, 다른 역대 합참의장들에 비해서도 대외적으로 튀는 행보를 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비교적 엄격히 지키는 스타일이었다는 점에서 경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운 의장을 경질하면서 교체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그가 흑인으로서 군에서 겪은 인종차별을 공개적으로 토로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 이번 경질의 배경이 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브라운은 2020년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지고 미국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지자 자신이 군에서 겪은 인종차별에 대해 격정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영상을 공개했고, 보수진영의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또한 브라운이 2022년 바이든 행정부가 기안한 메모에서 국가적인 인종·소수민족 구성을 미 공군의 인력 구성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고서에 서명한 것도 우파 진영의 반발을 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참의장으로 댄 케인 예비역 공군 중장을 지명한 것이 전통과 관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퇴역 장성이 군에 복귀해 합참의장에 지명된 것은 미군 역사상 처음이다.

관계 법령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과거 합참차장과 주요 전투사령관을 거친 최고위급 지휘관만 합참의장에 지명할 수 있다. 단,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엔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례와 전통을 깨고 현역 주요 4성 장군 지휘관들을 제치고 케인을 합참의장에 지명한 것은 규칙을 파괴하길 즐기는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또한 합참의장 후보들이었던 현 군 수뇌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노골적인 신호로도 해석된다.

미국기업연구소(AEI) 코리 샤케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고유의 인사권이 있다면서도 퇴역 장성을 현역 최고위 지휘관으로 다시 불러온 것은 "군 수뇌부에 당신들을 믿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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