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사람과 한국 사람의 다른 점(5)

2025-01-13 (월) 07:51:14 이근혁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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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초대받아 가보면, 감자칩에 코카콜라, 술은 맥주 정도가 준비되어 있고, 조금 과하게 준비하면 피자까지 나온다. 내가 사는 동네 수준으로 한 얘기지만,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초대를 하면  진수성찬까지는 아니더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만큼 잘 차려진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초대의 형태와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그렇다.

너무 오래 전 이야기라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일 수도 있지만, 나는 늘 이민 올 당시의 상황과 비교하게 된다.
한국과 미국 모두  80년대 내가 처음 이민 왔을 때와 비교하면 세월이 많이 흘렀고 바뀐 것도 많다.


미국 공항에 들어 설 때는 상냥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는데, 당시 한국 공항 직원들은 굉장히 불친절하고 고압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한국 공무원들이 전반적으로 상냥해졌고, 옛날 생각으로  행동하면 큰 오산이다.

집이나 땅을 사고 팔 때의 절차도 매우 다르다. 한국에서는 굉장히 간단하고 빠르게 해결되지만, 미국은 너무 많은 시간과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사고 팔 때 변호사, 부동산업자, 은행 관련 융자회사 직원 등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서명하고 절차를 마무리한다. 이 과정이 끝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무리 비싼 땅이나 집도 산다는 사람에게 은행 번호를 알려주면 계약금이 입금되고, 복덕방(부동산 중개업소)이 모든 것을 일사천리로 처리를 한다. 서류에 최종 서명할 때만  만나면 되고 나머지는 부동산업자가 돈이 들어 왔는지 확인하고 빠르고 편리하게 해결 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한국 사람이 하는 ‘계'를 이해를 못한다. 큰돈을 아무 서류 없이 주고받는다는 점이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정도 친하고 계주를 믿을 만한 사람으로 판단하면 믿고 한다. 그러다가 도망가고 손해 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사람을 믿고 다시 한다.

병원을 이용하는 방식도 차이가 크다. 미국에서는 의사를 만나려면 예약을 하고, 필요하면 x-ray나 MRI 같은 사진 검사를 예약해야 한다. 검사를 찍고 나서 의사를 다시 만나야 하고, 만약 다른 의사가 필요하다면 또 다시 똑같은 절차를 거친다.

매번 간단한 일에도 돈이 든다. 예전에 친척 동생이 다른 주에서 공부하던 중 배가 너무 아파서 빨리 진찰을 받고 싶은데 오빠가 미국에 오래 살았으니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데를 알아봐 달라고 하는데 내가 무슨 힘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나. 결국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갔고 다시는 미국에 안 오고 사는 동생도 있다.

‘빨리 빨리'가 나쁜 것일까? 일을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절차를 없애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인지, 못하는 건지, 미국은 서로 먹고 살리려 그러는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의사와 예약을 하고 가도 실제로 의사를 만나는데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몸무게를 재고 혈압을 측정하고, 방을 옮기며 오래 기다리게 한다. 그 다음에야 의사가 와서 몇 마디하고 끝난다. 그냥 돈 받기 미안해서 그러는 걸까.


한국에서는 의사가 많은 환자를 보기 때문에 불성실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일처리가 빠르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우리는 습관이 되어 있고 이기고 일등해야 하는 게 몸에 배어 있어서 느긋하게 지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골프장에서 젊은 한국 사람들 치는 걸 보면 덩치도 크고 미국 사람들보다 잘 친다. 정말 자랑스럽다. 미국 사람들은 그냥 적당히 즐기는 사람이 많다. 여유를 즐기는 나라가 되면 모르지만, 우리 성격상 그런 게 살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그렇다.
우리가 빠르게 성장하고 지금의 삶을 이룬 것은 지도자의 역량도 있었지만 우리 개개인이 가진 훌륭한 점도 많다. 우리는 급하고 저돌적이며 과감하다. 무조건 잘해야 하고, 이겨야 하며, 멋지게 해내야 한다.

단점으로 보면서 나쁘게 말하는 사람도 많고 오랫동안 말이 많지만 그렇게 지내며 지금이 됐다. 가끔 신문에 나오는 추태를 고쳐나가고, 조금의 배려심을 더 키우며 살아간다면  정말 괜찮은 민족이 될 것이다.

<이근혁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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