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러기는 지금도 거기서 우는가

2025-01-10 (금) 12:00:00 빌리 우 스털링,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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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우리 구남매 낳으시고
길러 주시던
옛집 마당 위로
동쪽에서 비치는 햇빛 받으며
서쪽으로 날아 가는 기러기는
보라고 소리 내며 울고 갔나

저녁이면 달 아래
그림자를 나에게 내리고
끼룩 끼룩 소리 내며
삼각 편대로 동쪽으로
날아 가던 기러기는
왜 울면서 날아 갔는가

어버이 형님 누님 피붙이 떠나
인적없는 빈 둥지 위로
지금도 기러기는 지나 가는가
하늘 쳐다 보는 이 없는
빈 집 위에
지금도 그림자를 드리며
날아 가면서 우는가

새해들어 눈내린 이민 세계에
친구같던 옛 기러기가
마음속에 그려진다

<빌리 우 스털링,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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