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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하나로 미 대륙 자전거 횡단

2025-01-07 (화) 07:58:49 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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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서 온 김재현 씨 65일간 4,150마일 달려

열정 하나로 미 대륙 자전거 횡단

김재현 씨(오른쪽)와 코호 손영석 사장.

열정 하나로 미 대륙 자전거 횡단

자전거로 미대륙을 횡단한 김재현 씨가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펑크는 수십 번 났고, 나를 추격해온 개는 100마리쯤 되는 것 같았지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혼자서 페달로 밟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도의 ‘돔베 막국수’ 식당 주인인 김재현 씨가 자전거로 4,150마일에 이르는 미국 대륙횡단에 성공했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29일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 3일 뉴욕까지 자전거 13개 주 대륙횡단 일정을 65일에 걸쳐 무사히 마쳤다.
지난달 27일 자전거 양쪽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달고 홀로 페달을 밟으며 거뭇거뭇한 얼굴로 워싱턴 DC와 메릴랜드에 입성한 김 씨는 “견문을 넓히려 매년 11, 12월이면 유럽이건 동남아건 여행을 떠났지만 미국 여행은 처음”이라며 “타오르는 열정, 벅차오르는 가슴과 달리 예상외로 쉽지 않은 고비가 여러 번 찾아왔다”고 말했다.


김 씨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해 워싱턴DC, 메릴랜드까지 오는데 왠 산이 그렇게 많은지, 비는 왜 그렇게 쏟아지는지,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이 터질 것 같아 거의 포기상태였다”며 “처음엔 자전거에 40킬로그램의 짐을 싣고 시작했으나 챙겨갔던 침낭과 텐트, 책 등을 내팽개쳐 짐을 20킬로그램으로 줄이고 한 걸음만 더 내딛자는 생각으로 한 치 앞만 보고 페달을 밟았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김 씨는 “마약, 총격, 인종차별 등 미국에 대한 선입겹과 편견이 횡단을 하던 중 만난 소중한 인연들로 바라보는 시선과 인식이 달라졌다”며 “까만 피부든 황색 피부든 관계없이 어렵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돕는 선진 시민의식에 놀랐다”고 감탄했다.
김 씨는 메릴랜드 엘크릿지의 1번 도로에서 MD모터사이클 동호회원인 스티브 곽 씨와 우연히 마주쳐 도움을 받고, 하노버 소재 코호 식당 손영석 사장으로부터 따뜻한 한식을 대접받기도 했다.

김 씨는 “무작정 혼자 배낭을 자전거에 싣고 달린 이번 여행은 인생의 희로애락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 횡단이었다”며 “평범하지 않은 길에서 만난 인연들이 있었기에 더 소중한 기억이 됐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앞으로 자신만을 위한 여행이 아닌 어렵고 불우한 청소년을 위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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