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포의 보수’(The Wages of Fear·1953) ★★★★★ (5개 만점)
마리오가 다리가 부러진 조를 기름 구덩이에서 끄집어내고 있다.
남미의 오지에 굴러들어온 4명의 인생 낙오자들의 다른 세상에로의 탈출의 꿈이 무참히 좌절되는 모습을 숨 막히는 긴장감과 함께 날 것 같은 감정으로 그린 불후의 걸작 스릴러이자 실존적 운명론의 드라마다. 사나이들의 척박한 삶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절망적인 숙명의 손길이 너무나 가혹해 몸서리가 처진다.
프랑스 흑백영화로 감독은 이 영화 연출 2년 후 보는 사람이 경기를 일으키게 만드는 스릴러 ‘디아볼리크’(Diabolique)를 만든 앙리-조르지 클루조로 그는 ‘공포의 보수’로 인해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남미의 라스 피에드라스라는 마을은 외부세계로부터 완전히 버림받은 지상의 연옥과도 같은 곳. 이 곳에 굴러들어온 어두운 과거를 지닌 4명의 유럽인들은 낙천적인 코르시칸 마리오(이브 몽탕)와 나이 먹은 전직 프랑스 갱스터 조(샤를르 바넬) 그리고 마리오의 룸메이트인 이탈리안 루이지(폴코 룰리)와 냉소적인 홀랜드인 빔바(페터 반 아이크).
이 마을의 생존권을 좌지우지하는 미국 석유회사 서던 오일의 유정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회사 측은 진화용 나이트로글리세린을 트럭으로 운반할 사람들을 모집한다. 마을에서 유정까지는 험한 비포장 산길로 300마일.
나이트로글리세린은 약간의 진동에도 폭발하는 화학제로 마리오 등 4명은 둘씩 짝을 지어 각기 2대의 낡은 트럭으로 이 화학제를 유정까지 운반하기로 자원한다. 자살이나 다름없는 이 작업을 해서라도 돈을 벌어 마을을 떠나려는 것이 그들의 꿈이기 때문이다.
마리오와 조가 먼저 떠난 뒤 루이지와 빔바가 그들의 뒤를 따르고 이들은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면서 목적지를 향해 차를 몬다. 그리고 마리오는 사고로 다리가 부러진 조를 데리고 목적지에 도착한다. 서던 오일로부터 받은 돈으로 파리로 돌아갈 생각에 신이 난 마리오는 휘파람을 불면서 라스 피에드라스를 향해 트럭을 몬다. 그런데….
인간의 용기와 비겁의 발가벗은 초상화이자 미국회사들의 제3세계에 대한 제국주의적 착취 및 자연 파괴 등을 그린 스릴 있고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야수성 가득한 명작이다. 상영시간 153분.
원작은 조르지 아노의 동명소설. 이 영화는 1958년에는 하워드 W. 카치 감독에 의해 ‘폭력의 길’(Violent Road)로 그리고 1977년에는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프렌치 코넥션’ ‘엑소시스트’)에 의해 ‘마법사’(Sorcerer)라는 제목으로 두 차례나 미국영화로 만들어졌다. 새로 4K로 복원된 ‘공포의 보수’가 20일부터 노스 할리우드의 렘리 NoHo극장(5240 Lankershim Blvd.)에서 개봉된다. (310)478-3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