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몰랐던 기후행동
▶ 패스트패션 유행으로 의류 폐기물 증가
▶합성섬유 소재로 재활용도 어려워 매립
▶옷 교환·수선으로 탄소배출 줄이는 효과
▶“유행보다 오래 입기 문화가 더 확산돼야”
옷이 그렇게나 많이 만들어지고 폐기된다고요? 맞습니다. 영국 순환경제 연구기관인 엘렌 맥아더 재단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옷은 매년 1,500억 벌 이상 생산돼요. 문제는 옷 섬유의 70% 이상이 실, 플라스틱과 금속 등이 혼합된 합성섬유라 재활용이 어렵다는 겁니다. 결국 73%가량은 매립·소각으로 폐기돼야 하고, 그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은 더 늘어나죠.
특히 패스트패션(유행을 즉각 반영한 디자인과 싼 가격, 빠른 생산이 특징인 패션)이 의류 산업을 점령하면서 기후위기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테무·알리·쉬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저가 쇼핑 유행으로 옷을 일회용처럼 여기는 ‘울트라 패스트패션’까지 생겨났어요.
■옷 교환 파티 열어 탄소배출량 아낄 수 있다
정주연 사단법인 다시입다연구소 대표는 “재활용도 좋고 새활용(업사이클링)도 좋지만 버려지는 옷이 나오지 않도록 재사용하는 게 가장 좋다”며 옷 교환을 추천했습니다. “옷 기부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달라서 버려지는 옷이 비교적 많은 반면, 교환 행위 안에선 공급자가 곧 수요자가 되다보니 더 많은 옷이 실질적으로 재사용되는 성과를 낼 수 있다”면서요.
옷 교환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저 친목·여가 모임 때 안 입는 옷 몇 벌을 챙겨 나가 서로 주고받으면 돼요. 이따금 열리는 옷 교환 행사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시입다연구소는 전국 곳곳에서 ‘21% 파티’라는 옷 교환 행사를 꾸준히 열고 있어요. 2020년 150명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실시한 간이 설문조사 결과, 사놓고 안 입는 옷 비율이 평균 21%였다는 통계치에서 딴 이름이라고 합니다.
서강대학교 비거니즘 동아리 ‘서리태’ 역시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학교 캠퍼스에서 ‘지속가능한 의생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옷 교환 파티를 열었습니다. 선착순 50명을 모집한 이번 파티는 신청이 빠르게 마감되며 학내에서 호응이 좋았다고 해요. 이번 파티엔 총 175벌이 모였고, 그중 91벌이 교환으로 새 주인을 찾으면서 탄소배출량 70만1,610g가량을 줄이는 효과를 냈습니다. 무려 서울-부산 거리를 자동차로 13회 운전할 때 배출되는 수준과 맞먹는 양입니다.
파티 주최를 담당한 최예송(22)씨는 “누구나 옷장에 안 입는 옷이 몇 벌씩은 있다는 점에서 옷 교환은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기후행동”이라며 “이번 파티를 마련하고 보니 ‘몇 벌 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옷을 덜 사게 되고, 쉽게 버렸을 옷도 모아두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런 행사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확산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옷 교환 문화가 패스트패션 유행을 뛰어넘길 바란다”고도 덧붙였어요.
옷 수선 문화에 친숙해지는 것도 옷 재사용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기후행동으로 4년째 ‘1년에 옷 5벌만 사기’를 실천하고 있다는 시민 김서령(33)씨는 “수선집을 자주 찾기도 번거로워져 재봉틀을 사두고 기본적인 수선은 스스로 하고 있다”며 “환경보호는 물론 수선비나 옷 구매 비용을 아끼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어요.
■수선비 지원하는 해외... “인식 전환이 급선무”
해외에선 의류 폐기물을 더 늘리지 않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도 노력합니다. 프랑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신발과 옷에 대한 ‘수선 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예컨대 신발 굽을 갈면 7유로(약 1만 원)를, 재킷이나 스커트 등의 안감을 갈면 10~25유로(약 1만4,000~3만5,000원)를 지급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제도 도입에 앞서 시민의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이어졌어요. 정 대표는 “수선비 지원 등의 제도가 향후 우리나라에도 도입돼 실효성을 가지려면 우선 유행하는 옷을 사들이는 것보다 교환과 수선을 통해 오래 입는 게 더 멋진 행위라는 식으로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헌옷수거함에 옷을 버리는 게 능사인 것처럼 여겨졌던 국내 인식도 전환돼야 합니다. 헌옷수거함에 모인 옷 중 재활용·재판매되는 비율은 10% 정도에 불과해요. 나머지 90%는 폐기되거나 필리핀·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수출되고, 그중 40%가량이 현지에서 재판매되지 못한 채 그대로 옷 쓰레기산에 쌓이고 맙니다. 정 대표는 “의류 재고 처리가 민간의 몫으로 떠넘겨져 있는 상황도 바뀌어야 한다”며 “재활용의 여지도 없이 해외로 수출되는 재고들을 지자체나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 의류 폐기물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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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