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6일 우주캡슐 발사…50여년 만에 가장 높은 고도 닷새간 비행
▶ 새 우주복 입고 우주 진공 상태에 노출 실험…CNN “위험한 임무”
미국의 한 억만장자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함께 역사상 최초로 민간인들이 우주복만 입고 우주를 유영하는 실험을 시도한다.
'폴라리스 던'(Polaris Dawn)이라는 이름의 이 임무는 억만장자이자 항공기 조종사인 재러드 아이잭먼(41)이 이끄는 민간 우주비행 프로젝트 '폴라리스 프로그램'의 첫 번째 비행이다.
19일 미 항공우주국(NASA) 등에 따르면 '폴라리스 던' 임무를 위한 스페이스X의 우주캡슐 '드래건'이 민간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우고 오는 26일 오전 플로리다의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에서 발사된다. 발사 예정 시간대는 당일 오전 3시 30분부터 오전 7시까지다.
폴라리스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이번 임무의 사령관을 맡은 재러드 아이잭먼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2년여 간의 훈련 끝에 이번 임무를 시작하게 돼 흥분된다"며 "우리는 인류가 지구와 그 너머의 세계에서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 상상하고 영감을 불어넣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아폴로 이후 반세기 만의 최고 고도서 우주유영 실험
이번 임무에서 민간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운 드래건 캡슐은 최고 1천400㎞(870마일) 높이의 타원형 궤도를 비행할 예정이다.
이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비행 궤도보다 3배 이상 높은 고도로, 1972년 NASA의 마지막 아폴로 프로그램 이후 반세기 만에 인류가 비행하는 가장 높은 지점이라고 폴라리스 측은 설명했다.
이번에 민간인들이 비행하는 우주 궤도는 '밴앨런 복사대'로 불리는 방사능대(radiation belt)의 일부를 통과한다.
NASA에 따르면 지구 고도 약 1천㎞에서 시작되는 이 대역은 태양에서 방출된 강력한 에너지 입자가 집중돼 지구의 대기와 상호 작용하면서 위험한 방사선 대역을 형성하는 구간이다.
민간인 비행사들은 우주캡슐을 타고 약 닷새간 우주에서 머물며 40여 가지의 연구와 실험을 수행한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실험은 우주유영(spacewalk)이다. 민간인의 우주유영 시도는 인류의 우주탐험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번 비행에 참여한 민간인 우주비행사들은 스페이스X가 새로 개발한 외부 우주선 활동(Extra-Vehicular Activity, EVA) 전용 우주복을 입고 700㎞(435마일) 고도에서 우주 공간에 나가게 된다.
CNN 방송에 따르면 드래건 캡슐에는 ISS의 특수 감압실 역할을 하는 에어락(airlock) 같은 공간이 없어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의 진공 상태에 신체를 노출하기 전에 천천히 기내 압력을 낮추고 산소 농도를 높이는 '사전 호흡'(pre-breathing)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사전 호흡을 진행하는 데 이틀에 가까운 약 45시간이 소요되고, 사흘째 비행 중 드래건 캡슐의 해치가 열리면서 4명의 비행사와 우주선 내부 전체가 광활한 우주 공간에 노출된다.
4명의 비행사 중 아이잭먼을 포함한 2명만 줄에 묶인 채 우주선 밖으로 나올 예정이라고 CNN은 전했다.
스페이스X의 첨단 우주복이 얼마나 잘 인체를 보호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CNN은 "폴라리스 던 임무는 그동안 이뤄진 약 400㎞ 고도의 ISS 방문이나 다른 상업용 우주 관광 비행과 비교해 우주비행사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더 많은 위험에 노출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이번 임무에서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을 통한 레이저 기반 통신 실험 등도 수행한다.
◇ 억만장자와 퇴역 공군, 스페이스X 엔지니어 등 탑승
이번 임무를 이끄는 사령관 아이잭먼은 미국의 결제처리 업체 '시프트4'의 창업자로 유명하다.
그는 2021년 스페이스X의 첫 번째 민간인 우주비행 '인스퍼레이션4' 임무를 이끌기도 했다. 당시 그가 스페이스X에 지불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보유한 재산은 23억달러(약 3조원)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이 5살 때 우주여행을 결심했다면서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든 우주비행의 의미를 생각하면 큰 비용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듬해 그는 인류의 우주비행 한계 확장을 주요 목표로 하는 폴라리스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스페이스X와 함께하는 3차례의 우주비행을 예고했다. 이번 '폴라리스 던'이 그 첫 번째이고, 나머지 2개 임무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폴라리스 프로그램은 세인트 주드 소아 연구병원 기부를 위한 모금 활동과 함께 진행된다.
이번 임무에 조종사로 참여하는 스콧 키드 포티는 미 공군에서 20년간 복무하고 중령으로 퇴역한 인물이다. 그 역시 앞서 아이잭먼과 함께 인스퍼레이션4 임무에 감독관으로 참여한 바 있으나, 당시 비행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에 드래건에 탑승하는 여성 비행사 2명은 모두 스페이스X 소속 직원이다.
미션 스페셜리스트로 참여하는 세라 길리스는 스페이스X의 수석 우주 운영 엔지니어로 우주비행사 훈련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고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한 독특한 이력도 있다.
미션 스페셜리스트이자 의료 담당관으로 참여하는 안나 메논 역시 스페이스X의 수석 우주 운영 엔지니어로 임무 운영 전반과 소통을 담당한다.
메논은 NASA 우주비행사와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있으며, 이번 임무를 준비한 경험을 녹여 자녀들을 위한 동화책 '우주로부터의 키스'를 집필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우주 비행 기간 중 이 책을 낭독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이 우주비행사들은 지난 2년여간 수백 시간의 드래건 탑승 시뮬레이션과 스카이다이빙, 생존 훈련, 항공기 조종, 고(高)고도 체험 등 다양한 훈련을 받았다고 폴라리스 측은 소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