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일수록 채권 투자 비중↑
▶최근 채권 가격 하락에 손실
▶ 채권 대체 안전 자산 찾아야
▶50세 이후 적극적 관리 필요
은퇴 연금 중 높은 비중 차지하는‘타겟 데이트 펀드’(TDF)가 최근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했다. 채권을 대신할 안전 자산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
은퇴 자금 마련도 여느 투자와 마찬가지로 언제나 불확실성이 따른다. 가입한 은퇴 연금 계좌의 과거 투자 실적이 좋아도 미래 투자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투자자들과 투자 자문가들이 일관되게 따른 지침이 있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서는 채권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2022년 은퇴 투자 정석처럼 여겨지던 이 지침에 변화가 생겼다.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던 시기다. 금리 변동에 민감한 채권 펀드가 기준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기준 금리 상승으로 채권 이자율이 오르면서 채권 가격이 급락했다. 기준 금리 인상에 기업 차입 비용이 증가하자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채권 가격 급락에 TDF 영향
채권 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수많은 은퇴 저축자들에게 ‘행여나 은퇴 자금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란 한가지 우려가 생겼다. 은퇴 저축자들이 가장 많이 가입한 펀드 중 하나가 바로 ‘타겟 데이트 펀드’(TDF·Target Date Fund)다. TDF는 은퇴 시점에 맞춰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연금 상품이다. TDF는 은퇴 시기에 가까워질수록 포트폴리오의 위험이 낮아지도록 설계된다.
예를 들어 가입자의 나이가 젊을 때는 수익률은 높지만, 변동성이 높은 주식 비중이 높지만 나이가 많아져 은퇴 시기에 가까워지면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고 위험이 낮은 채권 비중이 높아지는 방식이다. 채권은 일반적으로 손실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하며 은퇴 자금을 인출해도 계좌 잔액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2000년대부터 TDF 가입 늘어
TDF는 큰 범위에서 뮤추얼 펀드 또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속하면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대상 연금 상품이다. TDF는 일반적으로 주식 뮤추얼 펀드, ETF, 채권 뮤추얼 펀드 등 비교적 보수적 투자 자산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한다.
TDF가 처음 소개된 지는 30년이 넘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이후부터는 고용주 매칭 은퇴 계획 상품으로 가장 선호되고 있다. 금융 정보기관 ‘인베스트먼트 컴퍼니 인스티튜트’(ICI)에 따르면 401(k) 가입자 중 약 68%가 TDF 형태의 연금 상품에 가입되어 있으며 대표적인 개인은퇴연금 상품인 IRA 가입자도 TDF에 가입할 수 있다.
■가입자 고령일수록 채권 비중 높아져
일반 연금 상품은 가입자가 직접 펀드를 갈아타야 하지만 TDF는 자산 비중이 자동으로 조절되기 때문에 ‘가입 후 놔둬도 되는’(Set-it-and-forge)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30~40대 젊은 나이대일 때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고수익을 추구하다가, 은퇴 연령이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이다.
또 가입자 생애주기에 맞춰 자산 배분과 주기적인 포트폴리오 ‘재조정’(re-balancing)이 이뤄지기 때문에 가입자가 여러 투자 옵션 중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도록 돕는다.
TDF 가입자는 일반적인 은퇴 시점인 65세가 되는 해를 기준으로 ‘펀드 목표일’(Fund Date)을 설정한다. 은퇴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주식 투자 비율이 약 60%로 줄고 대신 채권 등 고정 수입 투자 자산 비율은 40%로 조정되는 60/40 포트폴리오가 가장 흔한 TDF 투자 전략으로 채택되고 있다. 가입자의 나이가 젊을수록 고위험을 감수할 수 있고 시장이 침체하더라도 회복할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가입 초기 고위험/고수익 자산 비중이 높게 설정된다.
■내년 만기 TDF 손실 회복 힘들 것
최근 몇 년간 증권 시장 혼란으로 TDF에대한 보다 철저한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회계 감사원’(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는 지난 3월 투자 신탁 및 펀드 구조와 관련, 세부 사항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TDF에대한 지침을 수정할 것을 연방 노동국에 권고했다. 이 같은 권고는 안전하게 여겨지는 채권 투자 비중이 높은 TDF도 최근 높은 손실을 기록하면서 나오게 됐다.
재정 서비스 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주식 대 채권 비중이 55/45인 뱅가드 2025 TDF(2025년 은퇴 기준)의 가치는 2022년 한 해에만 15.5% 떨어졌다. 같은 기간 ‘블룸버그 채권 지수’(Bloomberg U.S. aggregate bond index) 하락률은 13%로 뱅가드 2025 TDF보다 낮았다. 뱅가드 TDF와 채권 지수 모두 이듬해인 2023년 회복했지만, 뱅가드 TDF의 경우 회복률이 14.5%로 2022년 손실을 모두 회복하지 못했다.
또 모닝스타에 따르면 전체 2025년 TDF의 2022년 손실률은 평균 15%로 2055년 TDF(18%)보다 낮았다. 이는 은퇴 시점이 늦은 2055년 TDF의 주식 투자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만기(은퇴 시기)가 돌아오는 2025년 TDF는 높은 채권 비중이 시장 하락에 따른 완충 작용을 어느 정도 감당했지만, 은퇴 시기에 인출할 수 있는 자금을 회복할 시간이 충분히 남지 않아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50세 이후, 채권 대체 안전 자산에 투자
젊었을 때 TDF에 가입하는 것이 권고된다. 50세 이후부터는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관리가 필요한데 최근 사례처럼 채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계좌 인출은 주식과 채권에서 비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TDF 가입자는 자신의 위험 감수 성향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포트폴리오 조정에 반영해야 한다. TDF 가입자의 변동된 위험 감수 성향을 자동으로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퇴를 등산에 비유하면 좋다. 산을 내려가는 것이 오르는 것보다 더 위험하기 때문에 은퇴 시기가 다가올수록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점검이 필요하다.
최근 채권 시장 변동으로 ‘CD’(양도성 예금 증서)나 높은 이자율이 제공되는 기타 세이빙 계좌 등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많은 은퇴 저축자들이 주식 투자의 불확실성을 이해하면서도 채권 투자에도 위험이 있다는 것은 모른다. 최근 30~40년 만에 처음 나타난 채권 가치 급락 현상을 향후 채권 투자 전략 조정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