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입맛에 맞는 레트로 레시피
▶ 사과 사이다 글레이즈 칠면조 구이
▶ 소시지·건포도 사워도우 스터핑
▶ 크랜베리·사과·오렌지 렐리시
추수감사절은 문화, 언어, 종교를 넘어 모두가 즐기는 가장 대중적인 명절이다. 하지만 추수감사절마다 찾아오는 딜레마가 있다. 바로 ‘어떻게 하면 매년 새로운 느낌으로 추수감사절 요리를 준비할 수 있을까’다. 워싱턴포스트 푸드팀은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아카이브를 뒤져, 올해 추수감사절에도 여전히 돋보일만한 요리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직접 요리를 해보고 맛을 검증해, 정말 독자들의 시간과 노력을 들일 가치가 있는 레시피만 추렸다.
오래된 레시피에는 특유의 향수 어린 아름다움이 있다. 가족의 단골 메뉴이거나, 한 시대를 담은 ‘타임캡슐’과도 같다. 워싱턴포스트 푸드팀은 올해 메뉴를 준비하면서, 예전 조리 과정에 현대적 ‘입맛’을 반영해 업데이트했다.
■ 사과 사이다 글레이즈를 곁들인 칠면조 구이
1970년 원본 레시피는 사과 사이다, 꿀, 버터를 1:1:1 비율로 섞어 글레이즈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조합은 지나치게 달고 맛이 강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그렇지만, 가을의 사과 사이다 향을 칠면조에 스며들게 한다는 아이디어는 매력적이었다. 다만 바삭한 칠면조 껍질은 조금 포기해야 했다.
우선 칠면조를 씻는 과정을 생략하고, 대신 키친타월로 물기를 꼼꼼히 제거한 뒤 소금, 후추, 세이지 가루로 간을 했다. (여유가 있다면 냉장고에서 1~3일간 드라이 브라인을 하면 속까지 맛이 배어든 칠면조를 만들 수 있다.) 글레이즈는 사과 사이다를 약 90%까지 졸여 농축 시럽을 만들었다.
조리 방법도 원본과 달리 조금 변화를 줬다. 325도에서 구우라는 예전 조리법 대신 500도로 30분간 강하게 구워 껍질을 노릇하게 만든 뒤, 오븐 온도를 350도로 낮추고 연한 흰살 부위는 알루미늄 호일로 덮었다.
원본 레시피처럼 30분마다 ‘베이스트’(육즙, 버터, 기름, 소스 등을 수시로 끼얹어 촉촉하게 하고 풍미를 더하는 과정)하지 않고, 구이 마지막 단계에서만 글레이즈를 두 차례 발라 부드러운 단맛을 살렸다.
마지막으로 온도계가 155도를 가리킬 때 오븐에서 꺼낸 뒤, 실온에서 내부 온도가 165도에 도달할 때까지 휴지시켰다. 그 결과 3시간도 채 안 되는 조리 시간에 촉촉하고 육즙 가득, 풍미 깊은 칠면조가 완성됐다.
■ 소시지와 건포도를 곁들인 사워도우 스터핑건포도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하다. 그래도 이 레시피의 독특함에 이끌려 시도해보기로 했다. 원래 레시피에서 쓰인 얇게 썬 건포도 빵 대신 질감이 풍부한 크러스트 사워도우를 사용해 요리의 식감을 크게 개선했다. 또, 건포도와 시나몬의 양을 조절해 지나치게 달거나 향신료가 너무 강하지 않도록 조절했다.
원래는 칠면조 안에 아 스터핑을 채워 굽는 방식이었지만, 대신 스터핑을 별도로 구웠다. 스터핑의 촉촉함과 결합력을 위해 육수와 달걀을 첨가했다. 만약 건포도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면, 체리, 크랜베리, 잘게 썬 살구 등 다른 말린 과일로 대체해도 향긋한 풍미를 낼 수 있다.
■ 버터밀크 마시드 포테이토 ‘뒤셰스’ 스타일1975년 버터밀크 마시드 포테이토 레시피와 1967년 소개된 프랑스식 ‘포므 드 테르 뒤셰스’(Pommes de Terre Duchesse) 레시피가 눈길을 끌었다. 뒤셰스는 삶은 감자를 으깨 달걀 노른자와 버터를 섞고 치즈를 올려 구운 전통 프랑스 요리다. 두 레시피를 결합해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버터밀크의 상큼한 맛을 내기 위해 양을 조금 늘려, 텁텁하기 쉬운 추수감사절 요리에 산뜻함을 더했다. 여기서 화이트 페퍼를 사용한 점이 특히 신의 한수였다. 67년 소개된 원본 뒤셰스 레시피는 달걀 맛이 다소 강해 입맛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대신 버터밀크 마시드 포테이토를 뒤셰스 스타일로 재해석해 장식을 하고, 오븐에서 녹이며 노릇하게 구워진 치즈를 얹었더니 60, 70년대 레트로 레시피가 현대 입맛으로 재탄생했다.
■ 캔디드 스위트 포테이토칠면조와 스터핑에 이어, 추수감사절 식탁에 올려야 할 필수 메뉴가 바로 고구마다. 특히 마시멜로를 올린 고구마는 많은 가정에서 즐기는 전통 요리다. ‘캔디드’(설탕에 절인) 고구마라고 해서 디저트 정도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진주빛 윤기가 도는 고구마 조각은 달콤하지만, 짙은 카라멜 소스가 전체에 은은하고 쌉쌀한 풍미를 더해, 익숙하면서도 훨씬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카라멜에 레몬즙을 약간 더하면 달콤함을 균형 있게 잡아주는 상큼한 포인트가 된다.
■ 신선한 크랜베리·사과·오렌지 렐리시대부분의 추수감사절 요리가 스토브나 오븐을 필요로 하는 번거로운 조리법이 필요하다. 만약 번거로운 조리과정 없이 단 몇 분 만에 완성되고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신선한 크랜베리 렐리시가 그 주인공이다.
잘게 썬 사과와 오렌지 한 개(껍질 일부 포함)를 더해 새콤한 베리류에 식감과 풍미, 시각적 매력까지 살렸다. 원래 이름은 ‘Mrs. Purefoy의 생 크랜베리 소스’였던 1951년 이 레시피가 입맛과 마음까지 단숨에 사로잡았다.